사진 출처 http://maybeyou2.egloos.com/2313877
삼성 류중일 감독은 18일 목동 경기 때 넥센 선발 김병현을 맞아 1~5번 타선에 모두 왼손 타자를 배치했다. 5회 2사까지 삼성 왼손 타자들은 2루타와 3루타 각 하나를 포함 13타수 5안타(타율 .385)를 기록했다. 타점을 기록한 최형우, 채태인 모두 왼손 타자였다. 오른손 타자 4명은 이날 6타수 1안타(.167)에 그쳤다.
이날이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좌우놀이'는 프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위기 때 왼손 타자가 나오면 수비 팀 감독은 왼손 투수를 올리고, 왼손 투수가 상대 선발일 때만 선발 라인업에 들어서는 '플래툰 플레이어'도 있다. 좌우놀이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아래는 2009~2011시즌 좌우놀이 결과를 OPS(출루율+장타율) 기준으로 정리한 것
타자 | 오른손 | 왼손 | 언더 | 계 |
오른손 | .766 | .748 | .688 | .753 |
왼손 |
.780 | .715 | .827 | .766 |
계 | .771 | .735 | .728 | .757 |
자료: www.istat.co.kr
가장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건 언더핸드 투수들. 이들은 오른손 타자를 .688로 막았지만 왼손 타자에게는 .827로 털렸다. 류 감독이 김병현을 상대로 왼손 타자를 전진배치한 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왼손 투수와 오른손 투수도 기대한 결과와 비슷하다. 오른손 타자들은 오른손 투수(.748)보다 왼손 투수(.766) 상대 기록이 좋아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투수를 기준으로 보면 왼손 투수는 오른손 타자(.748)보다 왼손 타자(.715)에 강했다. 리그에 좋은 왼손 투수(.735)가 오른손 투수(.771)보다 많아 생긴 착시효과.
실제 타자 기록(3년간 300타석 이상)을 봐도 그렇다.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한 상위 10명은 모두 왼손 타자(스위치타자 LG 서동욱 포함)다. 거꾸로 성적이 가장 나쁜 타자는 두산 오재원을 제외하면 모두 오른손 타자다.
이 결과에서 이미 좌우놀이 예외가 나타난다. 비록 왼손 타자이기는 하지만 오재원에게 원포인트를 붙여야 한다면 언더핸드가 낫다. 오재원의 왼손 투수 상대 OPS는 .636, 언더핸드 상대는 .498이다.
왼손 투수보다 오른손 투수에 강했던 타자 상위 10명 중 8명이 왼손 타자(역시 서동욱 포함)고, 반대는 10명 중 7명이 오른손 타자였다. 안치용과 박병호만 왼손 투수보다 오른손 투수에 강한 오른손 타자였고, 강병식과 박용택만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 투수에 강한 왼손 타자였다.
맞다. LG 박용택을 상대로 왼손 투수를 투입하는 건 귀납적인 관점에서 보면 퍽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박용택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3년간 OPS .940을 기록했다. 오른손 투수 상대 기록은 .835. 박용택은 왼손 투수를 상대 했을 때 리그에서 7번째로 OPS가 높은 타자다.
같은 이유로 넥센 김시진 감독이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강병식을 대타로 내는 것 역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왼손 타자 강병식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OPS .684에 그치는 동안 왼손 투수는 .828로 두드렸다.
KIA 최희섭 역시 왼손 투수 상대 OPS(.923)가 오른손 투수 상대 기록(.920)보다 좋을뿐더러 기록도 8번째로 좋다. KIA 이용규도 왼손 투수 상대 .794, 오른손 투수 상대 .770으로 오히려 왼손 투수에 강했다.
좌우놀이가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정답은 'YES!'다. 그러나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고 스포츠에서는 공이 작을수록 예외성이 더 커진다. 문제는 좌우놀이가 아니라, 좌우놀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몇몇 감독에게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