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But remember! The first requisite is to get decisions correctly. If in doubt don't hesitate to consult your associate. Umpire dignity is important but never as important as "being right."

9일 잠실 한화-LG 경기는 결국 오심으로 끝났습니다. 이 경기 주심을 맡은 김병주 심판이 "화면으로 다시 봤는데 보크가 맞다. 그라운드에 있던 4명의 심판 모두가 못봤다. 오심이 맞다. 그러나 보크는 4심 합의로 번복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게임이 끝난 것에 대해 우리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만약 야구에도 호크아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심판 4명이 모두 보크를 못 봤다는 건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홈으로 뛰어들고 있던 정원석에 시선이 쏠렸다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가 전혀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직무 유기에 대한 핑계 정도는 된다는 뜻이죠.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 화면을 "보크가 맞다"고 인정하는 상황도 경기 중에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다른 종목에서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야구에서도 홈런은 화면을 다시 볼 수 있죠. 왜 다른 판정은 안 된다는 걸까요.

위에 링크한 글에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심판들을 비난한다. 정확한 판정 100번 때문이 아니라 모호한 판정 단 한 번 때문에 말이다. 심판들에게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비디오 리플레이 도입은 분명 지금보다는 많은 이들이 판정에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심판한테 실수를 인정할 기회만 주면 늘 이렇게 많은 이들이 속상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함부로 승부를 결정내기 전에 실수를 인정해야죠. 그게 심판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규칙에서 심판원 관련 내용을 담은 9장은 아래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로 끝납니다.  글을 시작하며 인용한 문구는 여기서 따온 겁니다. 이 표현을 이렇게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화면을 돌려보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것'이 더 중요하다."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

GENERAL INSTRUCTIONS TO UMPIRE

심판원은 경기장에서는 선수와 깊숙한 사담을 나누어서는 안 되고 코치석 안에 들어가거나 근무 중인 코치와 대화해서도 안 된다.
 
Umpires, on the field, should not indulge in conversation with players. Keep out of the coaching box and do not talk to the coach on duty.

제복은 단정하게 착용하며, 경기장에서는 적극적이고 민첩한 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Keep your uniform in good condition. Be active and alert on the field.

구단 임직원에 대하여는 항상 예의를 차려야 하나 구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특정 구단 임직원과 친밀하게 행동하는 것은 피하여야 한다.

Be courteous, always, to club officials; avoid visiting in club offices and thoughtless familiarity with officers or employees of contesting clubs.

심판원은 경기장에 입장하면 오로지 야구의 대표자로서 경기를 관장하는 일에만 전념하여야 한다.

When you enter a ball park your sole duty is to umpire a ball game as the representative of baseball.

제소경기가 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을 때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Do not allow criticism to keep you from studying out bad situations that may lead to protested games.

항상 규칙서를 휴대하여야 한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제소경기로 넘겨 재경기를 치르는 것보다는 10분간 경기를 묶어두는 한이 있더라도 규칙서를 참조하면서 매듭을 푸는 것이 좋다.

Carry your rule book. It is better to consult the rules and hold up the game ten minutes to decide a knotty problem than to have a game thrown out on protest and replayed.

심판원은 경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경기는 심판원이 활기있고 진지하게 이끌어감으로써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Keep the game moving. A ball game is often helped by energetic and earnest work of the umpires.

심판원은 경기장 안의 유일한 공식 대표자이다. 가끔은 강한 인내심과 훌륭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난처한 지경에 몰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는 최우선적인 요점은 감정을 다스리고 자제력을 잃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You are the only official representative of baseball on the ball field. It is often a trying position which requires the exercise of much patience and good judgment, but do not forget that the first essential in working out of a bad situation is to keep your own temper and self control.

심판원도 물론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하였더라도 그것을 벌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본 그대로 판정하고, 본거지구단과 원정구단에 차별을 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You no doubt are going to make mistakes, but never attempt to "even up" after having made one. Make all decisions as you see them and forget which is the home or visiting club.

플레이가 진행 중일 때는 공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주자가 베이스를 밟았는지를 살피는 것보다 플라이 볼의 낙하 지점을 확인하는 것, 송구의 행방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Keep your eye everlastingly on the ball while it is in play. It is more vital to know just where a fly ball fell, or a thrown ball finished up, than whether or not a runner missed a base.

플레이에 대한 콜을 너무 빨리 하지 말 것이며, 야수가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려고 송구할 때 너무 빨리 몸을 틀어서는 안 된다. 아웃을 선고한 후에라도 혹시 야수가 공을 떨어뜨렸는지를 살펴야 한다.

Do not call the plays too quickly, or turn away too fast when a fielder is throwing to complete a double play. Watch out for dropped balls after you have called a man out.

달리면서 “세이프” 또는 “아웃”을 표시하는 듯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해서는 안 된다. 팔 동작(arm motion)으로 판정을 표시하는 것은 플레이가 종료된 다음이어야 한다.

Do not come running with your arm up or down, denoting "out" or "safe." Wait until the play is completed before making any arm motion.

각 심판원은 조원들끼리 간단한 사인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대로 본 심판원(proper umpire)이 명백한 오심을 즉각 시정할 수 있다.

Each umpire team should work out a simple set of signals, so the proper umpire can always right a manifestly wrong decision when convinced he has made an error.

플레이를 정확하게 보았다는 확신이 있으면 “다른 심판원에게 물어봐 달라”며 달려드는 선수의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확신이 없으면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라. 이런 일을 극단으로 몰고가서는 안 되며 기민하고 냉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If sure you got the play correctly, do not be stampeded by players' appeals to "ask the other man." If not sure, ask one of your associates. Do not carry this to extremes, be alert and get your own plays.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But remember! The first requisite is to get decisions correctly. If in doubt don't hesitate to consult your associate. Umpire dignity is important but never as important as "being right."

심판원에게 가장 중요한 철칙은 ‘모든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심판원의 판정은 100% 정확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란 여전히 ‘심판원이 그 플레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의문을 품게 마련이다.

A most important rule for umpires is always "BE IN POSITION TO SEE EVERY PLAY." Even though your decision may be 100% right, players still question it if they feel you were not in a spot to see the play clearly and definitely.

마지막으로, 심판원은 예의를 지키고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처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아야 한다.

Finally, be courteous, impartial and firm, and so compel respect from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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