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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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지토는 속구와 체인지업 속도가 비슷할 정도로 강속구와 거리가 먼 투수. 그러나 위력적인 커브를 바탕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지토는 어쩌면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타자에게 착시를 가장 잘 유발하는 투수인지도 모릅니다.

먼저 동영상부터 하나 보고 시작하시죠. 매년 세계착시대회가 열리는데요, 올해 1등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뇌에 비친 그림자를 보는 거죠. 그래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봐도 눈에 보이는 게 사실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관점이 대상에 앞설 때도 많죠.

대회가 매년 열리니 지난해 수상작도 있을 겁니다. 지난해 1등은 '커브볼'에 타자들이 속는 이유를 설명한 이 작품이었습니다.


링크를 열고 왼쪽 원을 가만히 보면 분명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오른쪽에 있는 파란점을 살짝 곁눈질하면 이 원이 휩니다. 정말 그렇죠?

이 작품으로 1위를 차지한 아서 사피로 박사 연구팀은 19일(현지 시각) 온라인 심리학 저널 'PLoS ONE'에 자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커브 볼이 실제로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포물선은 그리는데, 우리는 갑자기 휜다고 믿어서 그렇게 보인다는 거죠.


사람 시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정면 시야(foveal vision)와 측면 시야(peripheral vision). 정면을 응시할 때 쓰는 신경하고 측면을 볼 때 쓰는 신경이 달라서 생기는 일이라고 하네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타자는 먼저 정면 시야로 공을 봅니다. 공이 20피트(약 6m) 정도 날아오면 측면 시야로 바꿉니다.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8.44m니까 3분의 1정도 지나면 바꾸는 거죠.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날 때가 되면 다시 정면 시야로 바꿉니다.

문제는 타자가 이 시야 전환 과정에서 공이 처음부터 서서히 포물선을 그리면서 변하고 있었다고 서로 전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합니다. 다시 정면 시야로 돌아오고 나서야 공이 분명 똑바로 왔는데 갑자기 변하는 것처럼 '믿게' 되는 것이죠.

커브볼은 속구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탑스핀)을 걸어 변화를 주는 방식입니다. 분당회전수(RPM)는 1500에 가깝습니다. 커브 볼이 속구보다 느리다고 해도 보통 100km가 넘어가죠. 강하게 회전이 걸린 고속 물체가 시신경 사이를 교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자기 쪽으로 날아옵니다. 사람이 속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시야가 교체하면서 타자는 1.25피트(약 38cm)를 점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받으니까요.

그러니까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말이 커브 볼이 들어올 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셈입니다. 변화구를 잘 치는 타자들은 공이 아니라 공이 들어올 지점을 보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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