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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광현은 2007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많은 팬들, 특히 SK 팬들은 "제 2의 괴물 등장"에 들떴다. 류현진을 내주고 얻은 투수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밑천을 드러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5월 7일까지 김광현은 괴물과 거리가 멀었다.

무승 3패, 평균 자책 6.63점. 김광현에게는 퍽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김광현이 처음 진가를 드러낸 건 한국시리즈 4차전이었다. 7⅓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기록도 기록이지만, 리오스와 맞대결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더더욱 의미가 컸다.

겨우내 코나미컵, 올림픽 예선을 거치며 김광현은 팬들에게 분명히 "괴물" 이미지를 심었다.

올 봄, 김광현은 현재까지 리그 넘버1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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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뿐 아니라 투구폼이 변했다. 아니 변한 투구폼이 성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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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7일 對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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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일 對 우리

눈썰미가 좋은 독자라면 글러브 사이드(Glove Side, 오른쪽)으로 확 기운 듯 전진했던 상체가 중심을 잡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꼭 홈런을 맞는 투구 동작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시즌에는 계속해서 이런 모습이 보였다. 오른쪽 어깨가 제 타이밍보다 빨리 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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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동작에서 두 팔이 양 옆으로 벌어졌을 때를 흔히 플렉스 T(Flex T) 상태라고 부른다. 여기서 앞 무릎이 굽혀지며 앞으로 전지하기까지는 글라이드(Glide)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체의 회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상체가 먼저 회전을 시작하게 되면 투구 동작에서 앞 다리를 내딛는 과정 즉 스트라이드(Stride) 과정에서 만든 에너지가 열린 어깨를 통해 빠져 나가게 된다. 당연히 투구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상체 회전을 지연시켜 몸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면 부가적인 전진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릴리스 포인트를 끌고 나온다'고 말하는 과정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즌 김광현은 1) 몸통이 한 쪽으로 기울어졌고 2) 회전 역시 빨리 시작됐다. 올해는 투구폼이 한결 간결해졌음에도 몸통을 곧바로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특유의 유연성이 덧붙여지며 자기만의 호흡을 거의 완성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지독하리만큼 길다. 김광현이 풀 시즌을 소화하는 것 역시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겨울 충분한 훈련보다 실전으로 트레이닝했던 것도 틀림없다. 김광현에게도 분명 고비는 찾아올 것이다.

그 때 흔들림은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까? 김광현이 진자 '괴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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