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JUPITER, Fla. (AP) -- Cardinals manager Tony La Russa said Tuesday his pitchers would bat eighth in spring training games in which the designated hitter is not used.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투수를 8번 타순에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경기에 한해 말이다.

La Russa then plans to continue the practice once the regular season starts.

라루사 감독은 정규 시즌 초반에도 계속 '투수 8번 타순'을 고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We'll hit the pitcher eighth," he said. "We're going to have a second leadoff as the ninth-place hitter."

라루사 감독은 "우리는 투수를 8번 타순에 놓을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9번 타순 역시 리드오프 역할을 맡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a Russa inserted a position player in the ninth spot behind the pitcher for the final 56 games last season. The Cardinals were 28-28 in those games after starting the season 50-56.

카디널스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도 투수를 8번 타순에 기용한 바 있다. 이 56경기에서 카디널스의 성적은 28승 28패. 앞선 106경기에서는 50승 56패를 기록했다.

The move may have sparked the offense, which boosted its production from 4.3 runs per game to 4.6.

사실 이런 실험을 통해 카디널스는 득점력 향상에 성공했던 게 사실이다. 4.3점이던 팀 평균 득점은 투수들이 8번 타순으로 옮긴 이후 4.6점으로 늘었다.

The Cardinals jumped back into the NL Central race after the move, going from seven games behind to one game out. A late season collapse dropped the Cardinals out of the race.

그리고 이런 변화는 팀에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때 지구 1위에 7경기까지 뒤졌던 카디널스. 하지만 1경기차까지 바짝 추격했던 게 사실이다. 시즌 막판 부진으로 레이스에서 탈락하고 말았긴 하지만 말이다.

"Tony's not going to make a decision that's not proven to work," pitcher Adam Wainwright said. "Whether people are doing it or not I don't think he really cares. It's just the numbers that he's concerned with. If the numbers say it works then he's going to do it."

애덤 웨인라이트는 "라루사 감독님은 증명되지 않은 결정은 결코 내리지 않을 분"이라며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에 감독님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감독님이 믿는 건 오직 숫자"라며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셨으니 실행하시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La Russa believes the move gives the Cardinals more opportunities to score runs. Having a position hitter in the nine hole makes No. 3 hitter Albert Pujols more like a cleanup hitter without dropping him in the lineup, which could possibly sacrifice an at-bat.

라루사 감독은 '투수 8번 타순론'이 득점 기회를 늘려줄 것이라 믿고 있다. 야수를 9번 타순에 배치하면 타순 변동 없이도 3번 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4번 타자처럼 쓸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푸홀스를 4번으로 내리면 타수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When we got hot, a lot of it was our ninth-place hitter setting the table," La Russa said about last season.

라루사 감독은 지난 시즌을 떠올리며 "우리가 한창 잘 나갈 때는 9번 타자가 찬스를 잡아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The move also seemed to help the pitchers, who hit .210 with a .248 on-base percentage batting eighth opposed to a .191 average and .217 on-base percentage batting ninth. The position players who were dropped to the bottom of the lineup enjoyed having the leadoff hitter behind them as opposed to the pitcher.

8번 타순은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8번 타순에서 투수들은 타율 2할1푼에 출루율 2할4푼8리를 기록했다. 9번에서는 타율 1할9푼1리에 출루율 2할1푼7리였다. 9번 타순으로 떨어진 야수들 역시 투수가 아닌 1번 타자가 뒤에 있다는 우산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When you bat ninth and the pitcher is eighth and you lead off the inning or you get up with one out you have that feeling we can get a rally going," said infielder Aaron Miles, who batted ninth in 20 games.

애런 마일스는 "투수가 8번 타순에 있으면 9번 타자부터 이닝이 시작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1사 후라고 해도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마일스는 지난 시즌 20경기에서 9번 타자로 나섰다.

Infielder Brendan Ryan was ninth in the order a team-high 28 times. He was the leadoff hitter for Triple-A Memphis before being called up.

내야수 브렌던 라이언은 팀내 최다인 28경기에 9번 타자로 나섰다. 그는 빅리그로 승격되기 전 AAA에서 1번 타자를 맡은 바 있다.

"I actually liked it," Ryan said. "The thing was, as soon as he started doing it we started winning games and I'm scoring all these runs in front of these guys who are knocking me in."

라이언은 "사실 9번이 좋아요"하고 말하며 "일단 감독님이 투수를 8번에 올린 이후 팀이 이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득점을 많이 올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라이언이 좋아하는 대목이다.

The lone downside: The ridicule the players take for hitting behind the pitcher.

물론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 쪼다나 투수 다음에 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But it's all in fun.

하지만 모두가 웃자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Some of the (Braves) got on me, (Brian) McCann and some of the other guys," Ryan said. "You're going to hear that. Hitting after the pitcher you know it comes with the territory. I didn't really care."

라이언은 "(브라이언) 맥칸 등 브레이브스 선수들이 놀려댔다"며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라이언의 말이다.

Copyright 2008 Associated Press. All rights reserved. This material may not be published, broadcast, rewritten, or redistributed.


─── kini註 ────────

라루사 감독의 이런 접근법을 흔히 Second Leadoff Theory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9번을 버리는 자리가 아니라 1번과의 연결고리로 생각하는 타순 작성법 말입니다. 말 그대로 리드오프가 둘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거죠.

Tango Tiger는 <The Book>에서 이 이론이 실제로 성립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되는 득점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 역시 곁들였습니다. 기껏해야 1년에 2~3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제가 라루사 감독의 시도에 주목하고 싶은 건 역시 3번 타자 푸홀스를 4번 타자처럼 활용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올해 푸홀스의 건강 문제는 별개로 할 때) 충분한 타석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타점 기회 역시 많이 주겠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어쩌면 이것을 어떤 일반론으로 생각하기는 곤란할지 몰라도 현재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감안하면 제법 효율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올해도 지켜봐야겠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