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뉴욕 타임즈>에 요한 산타나의 체인지업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많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이 현역 최고의 구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타나의 체인지업이죠.
 
잭 커리(Jack Curry)는 기사에서 산타나가 '감(感)'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야구 공을 지니고 다닌 점을 먼저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 프로야구 중계 때도 곧잘 볼 수 있는 장면이죠. 투수들이 야구공 하나 들고 끊임없이 장난치는(?) 장면 말입니다.

그 다음 산타나의 체인지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산타나 본인이 어떻게 체인지업을 익히게 됐는지 등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이너리그 시절 바비 케야(Bobby Cuella) 투수 코치에게 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는 건 유명한 일이죠.

그리고 산타나의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이유를 소개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구종을 던질 때와 비교해도 일관된 딜리버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게 커리 기자의 설명입니다.

(중간에 '퍼펙트맨' 데이빗 콘은 팔 각도를 달리해 체인지업을 세 가지로 던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건 일관된 딜리버리라는 큰 틀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기사를 통째로 번역하려고 했는데 그림으로 간단하게 설명해 둔 꼭지를 찾게 되어서 그 부분만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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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산타나가 체인지업을 던질 때(왼쪽)와 직구 혹은 슬라이더를 던질 때(오른쪽) 딜리버리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아나오는 팔의 각도 및 상체의 기울기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팔목과 상박의 방향 역시 양 쪽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을 쥔 그립 모양은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 이렇게 스냅샷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저로서는 알아 차리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림은 계속해서 로케이션별 피안타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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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운데 넣으면 얻어터진다는 거야 야구팬들에게는 상식일 것이라고 봅니다. 가운데 낮은 쪽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건 전형적인 체인지업 투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래는 우타자를 상대로 한 체인지업 사용빈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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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쪽 그리고 낮은 코스를 주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효과구속 이론으로 볼 때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접근법이죠.

마지막을 속임수에 대처하는 타자들의 자세에 대한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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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쉬츠가 비교 대상으로 선정됐는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그립도 다르고 상체의 기울기 역시 양 쪽이 차이가 납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소위 쿠세(癖)의 일종이겠죠.

그리고 각 구종에 따라 빨간 심(seam)이 야구공의 흰 배경에 어떤 회전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 때 공의 회전을 보고 타이밍을 조절한다는 타자들이 꽤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결론은 산타나의 체인지업이 짱이라는 건데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좀 다른 결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기사에도 나온 것처럼 강력한 속구 없이는 체인지업의 위기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산타나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언제쯤 우리는 신문에서 이렇게 멋진 기사를 볼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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