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3년 만에 파이널 스테이지행 티켓을 따낸 한신.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어라? 한신(阪神)이 파이널 스테이지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센트럴리그(CL) 3위 한신은 10일 요코하마(橫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CL 클라이맥스 시리즈(CS) 퍼스트 스테이지 최종 3차전에서 2위 DeNA에 3-2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한신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하며 3년 만에 파이널 스테이지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한신은 12일부터 CL 우승팀 야쿠르트 안방 메이지진구(明治神宮) 구장에서 파이널 스테이지 일정을 진행합니다.

 

3차전 6회초에 역전 적시타를 날리는 하라구치 후미히토(原口文仁·30). DAZN 중계화면 캡처

한신은 올해 정규시즌에 DeNA를 상대로 9승 16패(승률 .360)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는 11패를 당하는 동안 2승밖에 거두지 못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CS는 전 경기를 상위 팀 안방 구장에서 치릅니다.)

 

게다가 5월 15일 8-1 승리 이후 요코하마에서 8연패를 당하면서 정규시즌 맞대결을 마쳤습니다.

 

더군다나 한신은 한신이라 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우주의 기운'이 도왔습니다.

 

9회말 1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로 마무리하는 한신. DeNA 유튜브 캡처

CL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CS를 치르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계속 퍼스트 스테이지 업셋(upset·하위 팀이 상위 팀을 이기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신도 리그 2위를 차지한 지난해 요미우리(讀賣)에 업셋을 당했는데 올해는 거꾸로 업셋 주인공이 됐습니다.

 

올해까지 CL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업셋은 총 8번 나왔고 그중 5번은 한신이 업셋을 당한 팀이었습니다.

 

퍼시픽리그(PL)를 포함해도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업셋을 가장 많이 당한 팀이 한신입니다.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 업셋 역사
 연도  성공 팀  당한 팀  시리즈 전적
 2008  주니치  한신  승-패-승
 2010  요미우리  한신  승-승
 2013  히로시마  한신  승-승
 2016  DeNA  요미우리  승-패-승
 2017  DeNA  한신  패-승-승
 2018  요미우리  야쿠르트  승-승
 2019  한신  DeNA  승-패-승
 2021  요미우리  한신  승-승
 2022  한신  DeNA  승-패-승

 

한신은 올해 정규시즌을 68승 4무 71패(승률 .489)로 마치면서, 어부지리로, A클래스(리그 1~3위)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07년 CL에서 CS 제도를 도입한 뒤로 올해 한신보다 정규시즌 승률이 낮았던 CS 진출 팀은 2018년 요미우리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67승 5무 71패(승률.486)에 그쳤던 요미우리도 2위 야쿠르트를 꺾고 파이널 스테이지까지 올랐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올해 한신이 파이널 스테이지 진출팀 중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은 아닙니다.

 

▌2022 일본프로야구 팀 평균자책점
 순위  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
 구단  기록  구단  기록
 ①  한신  2.67  세이부  2.75
 ②  주니치  3.28  오릭스  2.84
 ③  DeNA  3.48  소프트뱅크  3.07
 ④  야쿠르트  3.52  지바롯데  3.39
 ⑤  히로시마  3.54  니혼햄  3.46
 ⑥  요미우리  3.69  라쿠텐  3.47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맞붙는 야쿠르트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정규시즌 때도 80승 4무 59패(승률 .576)로 한신보다 12경기 앞선 팀이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방패'가 살아있다는 걸 퍼스트 스테이지를 통해 확실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한신은 이번 시즌 팀 양대 리그 12개 구단 가운데 팀 평균자책점(2.67)이 가장 낮은 팀입니다.

 

그리고 퍼스트 스테이지 세 경기에서도 경기당 평균 1점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파이널 스테이지 1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한신 니시 유키(西勇輝·32).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파이널 스테이지를 치르는 메이지진구 구장 방문 경기 때는 팀 평균자책점 1.74로 더 좋았습니다.

 

한신이 '홈런 공장'으로 유명한 이 구장에서 팀 평균자책점을 이렇게 끌어내릴 수 있던 건 물론 홈런을 적게(12경기 6개) 내줬기 때문입니다.

 

파이널 스테이지 때도 피홈런에 신경을 쓴다면 일본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파이널 스테이지 때는 1위 팀이 1승을 안고 시작하지만 2007년 주니치(中日)를 시작으로 2014년 한신, 2017년 DeNA 등 세 차례 업셋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한신 승리 확률은 37.6%

그리고 올해 한신은 득점(489점)과 실점(428점) 사이 차이(61점)가 CL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큰 팀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CL에서 피타고라스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이 바로 한신입니다.

 

상대 전적도 11승 1무 13패로 호각세입니다.

 

한마디로 제 아무리 한신이 한신이라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입니다.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내려놓는 야노 아키히로( 矢野曜大) 한신 감독.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야노 아키히로(矢野曜大·54)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5) 전 감독에게 내년부터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한 상황.

 

그러나 야노 감독은 이번 퍼스트 스테이지 때 (상대 감독과 비교하기 딱 좋게) 투수 교체와 대타 기용 등에서 흡잡을 데 없는 리더십을 자랑했습니다.

 

과연 올 시즌 한신에는 그리고 야노 감독에게는 몇 경기가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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