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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김광현을 믿었다. 그래서 류현진 대신 이재원을 선택했다. 아마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교 시절 구위만 놓고 보자면 김광현이 낫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김광역 역시 스스로를 믿었다. 그래서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도 위풍당당하게 류현진에 선전포고할 수 있었다. 2007 프로야구가 개막되자 SK팬뿐 아니라 많은 야구팬들은 김광현이 제 2의 류현진이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제 2의 류현진이 아니라, 제 1의 김광현이었다. 그것도 나쁜 의미에서 말이다. 또 다른 고졸 괴물을 기대했던 팬들은 조용히 관심을 거뒀고, 김광현을 다룬 기사의 숫자 역시 줄었다. 김광현 역시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현재까지 계투 1번을 포함 총 6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승수 없이 3패. 이닝수(20 1/3)보다 많은 27개의 피안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3개는 홈런이었다. 볼넷은 삼진(6개)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1개나 허용했고, 선발 등판시 경기당 평균 이닝 역시 4회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5월 4일까지 류현진은 이미 리그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하던 중이었다.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잡아낸 것은 물론, 36 1/3이닝을 던진 후에야 겨우 홈런 하나를 얻어맞았다. 볼넷은 삼진의 1/4 수준에 그쳤고, 경기당 평균 7 2/3이닝을 소화했다. 한마디로 지난 시즌 초반 류현진은 김광현과 비교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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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김광현과 류현진의 데뷔 후 선발 첫 5경기 비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김광현은 고교 시절의 폭발적인 모습을 프로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문제의 실마리는 바로 투구폼에 있다. 한번 가장 많이 비교 상대로 거론된 류현진의 투구폼과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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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된 각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투구 동작에 있어 거의 유사한 수준의 장면이다. 사진에서 ①번 선은 모자챙과 지면이 이루는 각도를, ②번 선은 가슴과 배꼽을 연결한 상체의 무게중심을 나타낸다. 너무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 굳이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투구 통작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하체의 추진력을 상체의 회전력으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에 맞춰 말하자면, 회전축이 지면과 수직에 가까울수록 회전축의 끝이 지면과 평행을 이룰수록 회전력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①번 선은 평행에 ②번 선은 수직에 가까워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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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과 장원삼의 투구폼을 통해 보면 이런 사실은 더욱 확실해 진다. 역시나 촬영 각도의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두 선수 모두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있어 확연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용하는 팔과 투구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 원칙은 유효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와 정반대의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투구폼이 유연함의 상징일수는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좋은 점을 주기가 어렵다. 팔의 회전에 쓰여야 할 상체의 회전력이 불완전하게 생산될뿐더러, 몸이 틀어지는 과정에서 외부로 새 나가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로에서의 성적 또한 현재의 폼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왼손 타자 상대. 김광현을 상대한 좌타자의 출루율은 .611에 달한다. 그러니까 좌타자에게는 거의 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는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현재 장타율 1위 크루즈의 기록은 .724, 김광현을 상대한 좌타자의 기록은 .81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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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김광현의 좌우 타자 상대 기록

김광현 본인이 왼손 투수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왼손 타자에게 이렇게 약한 것은 확실히 치명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왼손 타자를 상대로 제구력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김광현은 카운트를 잡기 위한 투구를 펼칠 수밖에 없고 노련한 프로 타자들은 이를 손쉽게 노려치고 있는 것이다.

김광현과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킹" 에르난데스다. 에르난데스 역시 머리와 무게 중심이 모두 중심선으로부터 틀어진 형태의 투구폼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폭발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더러 특급 투구를 펼치는 경우가 있지만, 부진과 부상의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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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김광현이 프로 무대에 데뷔 한 지 단 한 달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김광현을 지도하고 있는 SK 김성근 감독은 국내 제 1의 투수 조련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광현이 곧 류현진급 포스를 선보인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에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제 아무리 유연한 몸의 소유자라고 해도 지금 같은 폼은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부상의 위험성까지 상당히 높다. 간직하기보다 버려야 할 홈이라는 얘기다.

물론 스타성만 놓고 보면 이미 스포테인먼트 아이콘으로서의 김광현은 성공작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는 결국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확실히 김광현은 제 2의 류현진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람직한 의미에서 제 1의 김광현이 되기 위해, 그에게는 학습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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