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조동현 전 KT 감독이 현대모비스 코치로 옮긴 기념으로 프로농구 '감독 출신 코치' 글을 쓰다가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남겨 보는 글입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 출신 코치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67·사진)이 원조입니다. 허 위원은 1986년 (사실상 넥센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보 2대 감독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서른다섯. 그때나 지금이나 역대 최연소 감독 기록입니다.


전신 삼미 시절부터 '꼴찌팀 대명사'와 같았던 청보는 그해 개막 7연패에 빠졌고 허 위원은 강태정 수석코치(73)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채 5월 11일부터 6월 14일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본 단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어른들 사정'으로 감독이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허구연 감독이 다시 감독석에 앉은 뒤로도 청보는 허구한 날 지기 바빴고, 허 위원은 결국 8월 6일 자리를 내놓야야 했습니다. 처음 계약은 3년이었지만 처음 계약한 날(1985년 10월 17일)부터 물러나기까지는 9개월 20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허 위원이 청보는 떠난 뒤 꾸준히 고향(부산) 팀 롯데 코치로 간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그가 실제로 롯데에서 3년간 타격코치로 일하기로 계약한 건 해를 넘긴 1987년 3월이었습니다. 그해 11월 어우홍 감독(87)이 새로 롯데 사령탑에 앉게 되면서 허 위원은 수석코치로 보직을 바꿨습니다. 어 감독과 허 위원 계약 기간이 끝나던 1989년 롯데는 최하위(7위)에 그치면서 두 사람 모두 롯데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순수하게 감독에서 코치로 보직을 이동한 건 허 위원이 처음이지만, 앞에 '플레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백인천 전 MBC 감독(75)이 선례를 남겼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긴테쓰(近鐵)에서 뛰다 프로 원년(1982)년 플레잉 감독으로 MBC에 입단한 그는 1983년 후기 리그를 앞두고 삼미로 옮겨 이듬해까지 선수 겸 (타격)코치로 활약했습니다.


백 전 감독은 1983년 4월말 MBC 구단으로부터 2주 휴가 받으면서 지휘봉을 사실상 내려놓았습니다. 결국 MBC 감독석은 김동엽 감독(1938~1997)이 차지했고, 백 전 감독은 MBC에서 선수로만 뛰기로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삼미 입단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진영 당시 삼미 감독(83)이 구단에 사표를 제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백 전 감독을 감독 출신 코치 1호라고 꼽을 수도 있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게 틀린 이야기도 아닙니다. 단, 백 전 감독이 팀을 옮긴 건 '선수로서' 가치를 더 많이 반영한 결과라고 판단해 원조 타이틀을 붙이지 않은 것뿐입니다.


두 사람 이후 최소 11명이 감독 출신 코치로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했습니다. ('최소'라고 쓴 건 빼먹은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빠뜨린 분 아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프로야구 감독 출신 코치

첫 감독 → 코치 직전 감독 경력만 표시
 이름  감독  코치
 백인천  1982 MBC  1983, 1984 삼미
 허구연  1986 청보  1987~1999 롯데
 김성근  1991, 1992 삼성  1995 해태
 우용득  1993~1995 삼성  1998~2001 롯데
 김용희  1994~1998 롯데  1999 삼성
 윤동균  1991~1994 OB  2001, 2002 한화
 서정환  1998, 1999 삼성  2001~2005 KIA
 조범현  2003~2006 SK  2017 KIA
 양상문  2004, 2005 롯데  2007, 2008 LG
 이순철  2004~2006 LG  2008 우리
 한대화  2009~2012 한화  2013, 2014 KIA
 김성한  2001~2004 해태·KIA  2013, 2014 한화
 이종운  2015 롯데  2018 SK

화려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김성근 전 한화 감독(76)이 제일 눈에 띕니다. 김 전 감독은 1994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해태(현 KIA) 퓨처스리그(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쌍방울에서 다시 1군 감독을 지내다 2000년 삼성 2군 감독으로 갔습니다. 이듬해(2001년)에는 LG로 팀을 옮겨 시즌 도중 2군 감독 → 1군 수석코치 → 1군 감독대행을 맡은 뒤 2002년 1군 감독으로 정식 취임했습니다. 그 뒤로는 코치 생활을 한 적이 없습니다.


김용희 전 SK 감독(63)도 김성근 감독 못지 않습니다. 1994~1998년 롯데 감독을 지냈던 김 전 감독은 1999년 친구였던 서정환 당시 삼성 감독(62) 권유로 삼성 수석코치를 맡게 됩니다. 서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1999년 시즌을 마치지 못하자 김 전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습니다. 그러나 2000년 그도 결국 삼성 자리를 내놓게 됩니다. 이후 김 전 감독은 우용득 감독(68) 체제였던 2002년 수석코치 자격으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1998년 시즌 개막 때는 김 전 감독이 롯데 1군, 우 감독이 롯데 2군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는 것.


서 전 감독 역시 2003년 KIA 코치를 맡으면서 감독 출신 코치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2005년 KIA 지휘봉을 잡게 된 서 전 감독은 조범현 전 SK 감독(58)을 배터리 코치로 영입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결국 조 전 감독이 결국 서 전 감독 자리를 이어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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