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용장(勇將)은 지장(智將)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德將)보다 한 수 아래이며, 덕장도 복장(福將)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 ─ 손자병법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사진 오른쪽)이 2018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현장에서 복장이 됐습니다. V리그 득점왕 출신 알레나(28·라이트·사진 왼쪽)와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864점(경기당 평균 28.8점)을 올린 알레나는 이탈리아 몬차에서 진행한 이번 트라이아웃 때도 단연 1순위로 꼽혔습니다.


외국인 선수 지명회의(드래프트) 때는 행운의 여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추첨함에서 구슬을 뽑아 드래프트 순서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6일 열린 이번 드래프트 때는 지난 시즌 성적 역순에 따라 구슬 120개를 나눴습니다. 지난 시즌 5위였던 인삼공사에 할당한 구슬은 26개로 최하위 흥국생명(30개)보다 4개 적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1등. 서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을 따내자 망설임 없이 알레나를 호명했습니다. 서 감독은 "처음부터 1순위 지명권을 얻으면 알레나를 뽑으려 했다. 알레나가 다른 팀에 가서 우리 팀에 공격을 날리면 상당히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며 "알레나가 지난 시즌 무릎 부상이 있었지만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재활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알레나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빌며 오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또 인삼공사 동료 선수들이 선물한 빨간 목걸이도 걸고 나왔는데 정말 행운이 따랐다. 인삼공사가 1순위를 뽑고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많이 놀랐을 것 같다"면서 "대전에 있는 짐을 다 뺐는데 다시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남은 시간 헝가리에 머물면서 준비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미스 오리건 출신인 알레나는 2016~2017 V리그 시상식 때도 붉은 드레스를 입고 나와 많은 (남자) 배구 팬들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습니다(사진). '헝가리' 이야기를 꺼낸 건 남자친구 바로티(27)가 헝가리 사람이기 때문.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네, 그 바로티 맞습니다.) 


인삼공사에 이어 흥국생명에서 2순위로 지명한 베레니카 톰시아(30) 역시 옷 색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톰시아는 "오늘 분홍색 옷을 입었는데 아무래도 내 마음이 (흥국생명 애칭인) 핑크 스파이더에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라이트는 물론 (서브 리시브를 받아야 하는) 레프트도 소화할 수 있다고 해서 뽑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속해 GS칼텍스는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27·몰도바·라이트)를 뽑았습니다. 원래 비디오를 보고 1순위를 준 선수라는 전언. 다음 순번을 뽑은 한국도로공사는 이미 이바나(30·세르비아)와 재계약하기로 결정해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현대건설이 선택한 건 2011~2012 시즌 GS칼텍스에서 뛴 적이 있는 베키 페리(30·미국).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베키의 경험을 높이 샀다. 베키를 레프프로 기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이 열띤 내부 토론 끝에 선택한 건 어도라 어나이(22·미국·레프트)였습니다.


2018 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알레나(인삼공사), 톰시아(흥국생명), 마르티니우크(GS칼텍스), 이바나(도로공사), 베키(현대건설), 어나이(기업은행·왼쪽부터). KOVO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외국인 선수 첫해 연봉은 15만 달러입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도로공사에서 뛰게 된 이바나, 같은 팀과 한 시즌만 재계약할 수 있다는 제한에 걸렸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게 된 알레나는 18만 달러를 받습니다. 이바나는 "내일 드디어 최우수선수(MVP) 상금(500만 원)으로 명품 가방을 사러 밀라노로 간다"며 웃었습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총 30명이 신청해 최종적으로 24명이 참가했습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6명 가운데서는 4명이 참가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사실 또 한 가지는 2015년부터 인삼공사에서 뛴 외국인 선수가 모두 참가했다는 것.


2015~2016 시즌 인삼공사에서 득점 1위에 올랐던 '여자 배구의 권혁' 헤일리(27·사진)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걸 알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도전했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끝내 선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2016 드래프트 때 1순위로 인삼공사 선택을 받고도 개인 사정으로 알레나에 자리를 내준 미들본(28)도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습니다. 미들본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게 바로 알레나입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0·상하이)은 'V리그에서 남녀 선수를 차별하는 바람에 여자부 연봉이 너무 적어 못 돌아가겠다'며 불만이지만 헤일리가 돌아오고 싶어하는 걸 보면 전 세계적으로 V리그 연봉이 그리 짜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 기업은행에서 뽑은 어나이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랭킹 1위 선수라는 것 말씀드렸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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