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문호(30·롯데·사진), 김세현(30·넥센), 민병헌(30·두산)의 공통점은 뭘까요?


일단 괄호 안에서 보듯 모두 세 선수 모두 1987년생 동갑내기라는 게 첫 번째 공통점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 모두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했다는 점입니다. 동갑내기였으니 학창 시절 야구도 같이 했을 터. 세 선수는 2학년이던 2004년 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때 모교에 우승기를 안겼습니다. 당시 결승전에서 김문호가 홈런 두 방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4타점을 기록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실시한 황금사자기 70주년 올스타 투표 때 현역 외야수 부문 수상자이기도 했던 민병헌은 “우리 학년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경기를 많이 뛰었다. 한 학년 아래 김민성(29·넥센)도 야구를 잘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결국 이 삼총사를 포함해 김건국(29·롯데), 이창호(30·LG), 현철민(30·전 KIA)까지 당시 동기생 중 6명이 나중에 프로야구 팀에 입단했습니다.

 

1980년 창단한 덕수고 야구부는 황금사자기에서만 5번 우승하며 고교 야구 명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만큼 프로야구 선수도 많이 배출했습니다. 현재 현역 선수 가운데 덕수고 출신은 맨 처음 언급한 삼총사를 포함해 총 37명. 민병헌이 말한 것처럼 김민성이 이들보다 1년 후배고 이용규(32), 최진행(32·이상 한화)은 이들보다 2년 선배입니다. 지난해부터 kt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전민수(28)도 이 학교를 나왔습니다. 임병욱(22·넥센)은 2013년 덕수고가 네 번째 황금사자기를 모교로 가져갈 때 우승 멤버였고요.


올해 황금사자기에 출전하는 39개 학교 중에서 덕수고보다 현역 선수가 동문 선수가 많은 학교는 북일고(47명)와 광주일고(41명)뿐입니다. 범위를 은퇴 선수까지 넓히면 광주일고(152명)가 북일고(151명)보다 동문이 딱 한 명 더 많은 프로야구 선수 최다 배출교입니다 


최근 '출루 머신'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김태균(34·한화)이 북일고 졸업생. 같은 학교 후배 나주환(33·SK), 안영명(33·한화)은 2002년 제56회 대회 때 모교에 창단 첫 황금사자기를 안겼습니다. 올해 첫 사이클링 히트를 친 서건창(28·넥센)이 광주일고 출신이고, 이대형(34·kt)이 서건창의 고교 5년 선배입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알을 깨고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모창민(32·NC)도 두 선수 사이에 광주일고를 졸업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를 세 번째로 많이 배출한 건 황금사자기 최다 우승(8회)에 빛나는 신일고입니다. 여태까지 신일고를 졸업한 프로야구 선수는 총 147명이고 현역 선수는 31명입니다. 조인성(42·한화)과 나지완(32·KIA), 임훈(32·LG)이 10년 차이로 이 학교를 나왔습니다. 조인성은 1993년 황금사자기 우승 멤버고, 나지완과 임훈도 10년 뒤인 2003년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구도' 부산 지역 고교 야구 라이벌 두 팀 중에서는 부산고(146명)가 경남고(145명)보다 프로야구 선수를 딱 한 명 더 배출했습니다. 정근우(35·한화)와 이대호(35·롯데)는 2000년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절친'으로 유명하지만 정근우는 부산고, 이대호는 경남고로 출신 학교는 다릅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서울 구단 두산에 둥지를 튼 부산고 졸업생 장원준(32·114승)은 5승만 더 거두면 통산 118승을 기록한 손민한(42·은퇴)을 제치고 이 학교 출신 최다승 투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경북고도 부산고와 나란히 프로야구 선수 146명을 배출했습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라이온 킹' 이승엽(41·삼성)이 바로 경북고 출신입니다. SK 김강민(35)도 프로 데뷔 이후 16년째 인천 팀 SK에서 뛰고 있지만 모교는 대구에 있는 경북고입니다.


반면 창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율곡고(2013년), 신흥고(2015년), 청담고(2016년)는 아직 프로야구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든 이 세 학교 출신이 프로야구 팀에 지명을 받거나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정식 선수가 되면 모교에 프로야구 1호 입단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율곡고와 나란히 2013년 창단한 소래고와 장안고는 각각 프로야구 선수 3명을 배출했습니다.


황금사자기 홍보 팸플릿에 넣으려고 쓴 기사를 '갈무리' 차원에서 블로그에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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