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팀별 개막 후 최다 연승

 구단  연승  연도
 삼성  10  2003
 KIA  8  2003
 롯데  6  1986, 1999
 현대  5  2000
 LG*  2017
 두산  4  2010
 한화  1990
 쌍방울  1995
 kt  3  2017
 SK  2  2010~2012
 넥센  2010
 NC  1  2016, 2017
※표에서 한화는 빙그레, 현대는 삼미 청보, KIA는 해태, LG는 MBC 시절 기록을 포함. 아래 표에서도 마찬가지.

'엘롯기' 또는 '엘롯기 동맹'은 프로야구 팬들이 LG 롯데 KIA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2017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면서 사람들이 엘롯기를 응원하느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가 시들하다는 뜻일까요? 물론 이런 재미없는 농담이 사실일 리는 없습니다.


엘롯기 세 팀은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대표적인 인기 팀 삼총사로 손꼽힙니다. (열혈 팬들 사이에서 이미지는 그런데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해보면 결과는 좀 다릅니다.) 올해는 성적도 좋습니다. LG는 6일까지 팀 역대 최다 기록인 개막 후 5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이전에는 MBC 시절을 포함해도 2000년 3연승이 최다 기록이었던 걸 감안하면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롯데와 KIA도 4승 1패(공동 2위)로 kt와 나란히 롯데 뒤를 쫓고 있습니다.


사실 엘롯기라는 말에는 오랜 세월 성적이 좋지 못했던 세 팀을 다소 비하하는 의미도 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KINDS) 서비스에 따르면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이 신문 기사에 처음 등장한 건 2008년이었습니다. 2008년이 의미가 있는 건 KIA가 2001년 해태를 인수해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다음부터 2008년까지 프로야구 최하위는 늘 이 세 팀 중 한 팀이 돌아가면서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부터 4년 동안에는 롯데가 당시 최하위였던 8위를 기록했고, 2005~2008년까지 최하위는 KIA-LG-KIA-LG 순서였습니다. 


그래서 '세 팀이 인기는 좋은데 실력은 좋지 못해 하위권에 모여 있다'는 뜻으로 엘롯기라는 말이 세상에 등장한 겁니다. 먼 과거 얘기만은 아닙니다. 2015년만 해도 세 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올해는 현재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면 프로야구 팬들은 사상 처음으로 엘롯기가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해는 LG가 4위, KIA가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었지만 롯데 프런트는 텅텅 빈 안방 사직구장 관중석을 걱정하기 바빴습니다.


SNS는 올해 등장한 신흥 동맹(?)입니다. SNS는 짓궂은 야구 팬들이 삼성(Samsung), 넥센(Nexen), SK에서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와 만든 말입니다. 세 팀은 개막 후 첫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승 4패(삼성)와 5연패(넥센, SK)를 당하면서 순위표에서 8~공동 9위 로 최하위 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를 몇몇 야구팬들이 '원래 엘롯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SNS가 있다'고 표현하게 된 겁니다.


▌프로야구 팀별 개막 후 최다 연패
 구단  연패  연도
 한화  13  2013
 롯데  12  2003
 kt  11  2015
 두산  8  2003
 삼미  7  1986
 NC  2013
 넥센*  5  2017
 LG  1987, 1988
 SK*

 2017

 쌍방울  4  1993
 KIA  1990
 삼성  3  1999, 2012

삼성은 그래도 KIA하고 맞붙은 개막 3연전을 1승 2패로 마쳐서 개막 후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삼성은 '전통의 강호'답게 개막전을 포함한 최다 연패 기록이 3연패 두 번 밖에 없는 팀입니다. 


반면 넥센(2008년)과 SK(2000년) 모두 올해 창단 후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넥센은 원래 개막전부터 연패를 당한 게 2011년에 SK에 두 번 연속 패한 것 딱 한 번밖에 없던 팀입니다. 넥센이 현대-태평양-청보-삼미를 사실상 계승했다고 치면 삼미 시절이던 1986년 7연패를 당한 게 개막 최다 연패 기록입니다.


SK도 2013년 3연패를 당했던 게 올해 이전까지 최다 연패 기록이었습니다. 올해는 5연패를 당했으니까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과는 어긋나지만 쌍방울 시절을 포함해도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쓴 겁니다.


물론 처음은 중요합니다. 이 표에서 개막 후 5연패 이상을 당한 팀 중에서 그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한 팀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처음에 잘 나간다고 끝이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삼성은 2003년 개막 후 13연승을 기록했지만 페넌트레이스 최종 순위는 3위(76승 4무 53패)였습니다. 


이제 각 팀은 겨우 올 시즌 전체 일정 3.5%를 소화했을 뿐입니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꼴찌 팀이라도 연승을 내달릴 때가 있고 1위 팀이라고 연패에 빠질 때가 있는 법.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니 그저 어떤 팀은 연승을 먼저 기록했고 어떤 팀은 연패에 빨리 빠졌다고 생각하는 게 좀더 이성적인 판단일 겁니다. 그러니까 좀 이기라고!!


※원래 지방판 기사로 썼던 내용에 살을 좀 붙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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