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9일 '데이터로 본 정규리그 결산'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잠시 일부분을 살펴보면:
[남자부 공격 유형의 변화]
스피드 배구가 주를 이뤘던 이번 시즌이다. 남자부에서 특히나 그랬다. (중략) 지난 시즌 39%였던 오픈 공격이 33%로 감소하였으며, 퀵오픈이 15%에서 23%로 증가하였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많은 팀들의 '스피드배구' 도입을 통한 공격 유형의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네, 정말 그랬습니다. 프로배구 2015~2016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공격 유형 중 오픈 공격 점유율은 32.7%에 그쳤습니다. 이는 퀵오픈을 별도로 분리한 2005~2006 시즌 이후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거꾸로 11년 전 9.1%였던 퀵오픈은 22.5%로 2.5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퀵오픈 점유율이 20%를 넘어간 건 이번 시즌이 처음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한 건 해당 공격 유형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를 뜻합니다. 2005~2006 시즌에는 오픈 공격 비중이 47.6%였으니 공격 두 번 중 한 번은 '뻥배구'였던 셈입니다. 이제는 이 비중이 세 번 중 한 번 이하로 줄었습니다. 거꾸로 퀵오픈은 다섯 번에 한 번꼴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그래도 2005~2006 시즌에는 이동 공격 비중이 3.8%나 됐는데 올 시즌에는 0.1%에 그쳤습니다. 예전에 '이동 공격이 사실상 멸종한 옵션'이라고 썼던 이유입니다.)
▌2015~2016 V리그 남자부 팀별 공격 유형 비중
구단 | 오픈 | 후위 | 퀵오픈 | 속공 | 시간차 | 이동 |
대한항공 | 29.4% | 22.1% | 32.8% | 12.6% | 3.1% | 0.1% |
현대캐피탈 | 26.7% | 25.5% | 27.7% | 16.1% | 4.1% | 0.0% |
KB손해보험 | 31.2% | 23.5% | 27.5% | 12.5% | 5.3% | 0.0% |
우리카드 | 37.1% | 23.8% | 22.1% | 13.0% | 3.9% | 0.0% |
한국전력 | 37.1% | 23.8% | 20.4% | 12.8% | 5.7% | 0.1% |
OK저축은행 | 28.2% | 25.9% | 18.5% | 21.3% | 5.8% | 0.4% |
삼성화재 | 38.4% | 21.7% | 9.3% | 17.0% | 13.3% | 0.2 % |
팀 별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퀵오픈을 가장 자주 썼습니다. 효과도 좋았습니다. 정지석(21·사진 왼쪽)은 퀵오픈 성공률 59.6%로 국내(토종) 선수 중 1위(전체 4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팀 김학민(33)도 56.4%로 토종 중 4위, 전체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학민은 퀵오픈을 모두 376번 때렸는데 토종 선수 중에서는 1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현대캐피탈 오레올(30·쿠바·432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입니다.
거꾸로 삼성화재는 여전히 퀵오픈 비중이 10%를 넘어가지 않는 팀으로 남았습니다. 9.3%는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낮은 기록으로 남자부에서 두 번째로 퀵오픈을 적게 쓴 OK저축은행하고 비교해도 절반 수준입니다. 삼성화재는 다른 팀이 오픈 공격을 퀵오픈으로 바꾸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39.0%(5위)였던 오픈 공격 비중이 여전히 38.4%나 되니까 말입니다. 대신 삼성화재는 시간차 공격을 리그 평균(7.6%)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썼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도 시간차 시도 366번으로 1위였습니다.
물론 퀵오픈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올 시즌 OK저축은행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팀 세터 곽명우(25)하고 이민규(24)를 비교하면 곽명우는 퀵오픈을 많이 썼고 이민규는 속공을 많이 썼습니다.
세터 | 오픈 | 후위 | 퀵오픈 | 속공 | 시간차 | 이동 |
이민규(85세트) | 18.3% | 25.4% | 19.0% | 29.1% | 8.0% | 0.3% |
곽명우(68세트) | 19.7% | 28.1% | 25.5% | 20.6% | 5.5% | 0.6% |
이 차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속공은 OK저축은행을 제외하면 14.0%밖에 쓰지 않는 공격 옵션입니다. 이민규는 다른 팀 두 배도 넘게 속공을 썼습니다. 세계 최고 센터로 손꼽히는 시몬(29·쿠바)이 뛰는 팀 세터라면 당연한 선택이죠. 게다가 공격을 날개와 중앙으로 나누면 속공은 가위바위보에서 옵션 하나가 더 늘어나는 선택입니다.
이민규가 주전 세터였던 5라운드 두 번째 경기까지 시몬은 경기당 속공을 평균 9.9개 시도했습니다. 곽명우하고는 5.3개로 줄었습니다. 거꾸로 퀵오픈은 4.3개에서 5.4개로 경기당 한 개 정도 늘었습니다. 곽명우가 주전 세터로 나선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시몬은 속공 성공률을 70.3%까지 끌어 올렸지만 공이 오지 않으니 별무소용이었습니다. 그 탓에 그 탓에 OK저축은행은 이 10경기를 5승 5패(승점 15점)로 평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요? OK저축은행은 전체 공격 중 28.2%를 오픈 공격으로 처리했는데 두 세터 기록은 모두 20%가 넘지 않습니다. 이는 세터가 아닌 다른 선수가 세트할 때 그러니까 흔히 2단 연결이라고 부르는 그 플레이 때 오픈 비율이 78.9%나 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여자부 역시 퀵오픈 전성시대였습니다. 여자부에서도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19.4%가 퀵오픈이었는데 역시나 역대 최고 비중입니다. 오픈이 줄어들면서 퀵오픈이 늘어난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서는 오픈 시도도 늘었습니다. 대신 후위 공격이 7.9%포인트 빠졌습니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뽑은 영향이 있을 겁니다.
시즌 | 오픈 | 후위 | 퀵오픈 | 속공 | 시간차 | 이동 |
2014~2015 | 46.2% | 20.9% | 14.4% | 6.8% | 8.8% | 3.0% |
2015~2016 | 47.2% | 13.0% | 19.2% | 6.9% | 10.5% | 3.2% |
구단별로는 현대건설이 25.7%로 제일 퀵오픈 비중이 높았습니다. 여자부에서 퀵오픈 시도 1000개를 넘긴 구단 역시 현대건설(1083개)뿐이었습니다. 반대로 퀵오픈 비중이 가장 낮은 팀은 흥국생명(15.3%)이었습니다. 시도 자체가 가장 적었던 팀은 IBK기업은행(608개)으로 흥국생명보다 100개가 적었습니다. 단 비중에서는 15.7%로 흥국생명보다 높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