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를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을 정도의 위치에 서고 싶다.
전주근영중 3학년 시절 이재영(19·흥국생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일단 2014~2015 프로배구 NH농협 V리그에서 여자부 신인왕을 차지하며 저 포부에 한 걸음 다가간 상태. 하지만 여전히 한국 여자 배구 간판은 김연경(27·페네르바흐체)입니다.
이재영과 김연경은 현재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팀 내 득점 1위가 김연경이고, 2위가 이재영입니다. 레프트 자리에서 대각에 서는 두 선수가 팀 공격을 이끌고 있는 겁니다. 어느덧 국가대표팀 3년차가 된 이재영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장세.
지난해가 고비였습니다.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19·현대건설)과 함께 2014 인천아시아경기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남몰래 눈물을 훔친 이유입니다. 이재영은 "(김)연경이 언니와 함께 주전으로 뛰고 메달을 따는 게 목표였는데 뜻대로 되지 못해서 많이 속상했다"고 전했습니다.
V리그에서도 팀을 '봄 배구'로 이끌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재영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상황에서 경기를 이어나가는 게 힘들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하고 말했습니다.
이재영은 이번 대회서 아쉬움을 전부 털어버리겠다는 각오. 그는 "내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라며 "한국 배구하면 사람들은 연경이 언니를 떠올린다. 그 옆에 내 이름이 함께 따라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회를 찾은 외신 기자들은 이미 '제2의 김연경'이라며 이재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재영은 "이전까지는 연경이 언니한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언니가 '스파이크에 각을 낼 필요 없이 자신감 있게만 때려라'처럼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그래도 아직 연경이 언니가 제일 무섭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회가 끝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언니와 셀카 2장, 그냥 사진 1장 이렇게 3장 찍어서 소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