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한송이(30·레프트·사진)가 수비(리시브+디그) 5000개를 달성했습니다. GS칼텍스는 이 소식을 알리면 보도자료를 내면서 "리베로인 김해란(30·도로공사), 남지연(31·기업은행), 임명옥(28·인삼공사)에 이은 네 번째 기록으로 공격수로는 최초 기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문자 그대로는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속사정은 다릅니다.
한 마디로 앞선 세 선수는 잘해서 수비 5000개를 달성했고, 한송이는 못해서 5000개를 달성했습니다. 상대가 한송이를 노리고 달려들다 보니 자연스레 기록이 쌓여서 수비 5000개를 달성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기록은 한송이가 수비가 좋지 못하다는 반증인 셈이죠.
14일 경기까지 한송이의 통산 서브 리시브 정확도는 40.7%입니다. 김해란(56.9%)과 남지연(56.8%)은 물론 임명옥(53.7%)하고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서브가 5411개나 날아왔다는 건 리시브를 흔들려는 작전이었던 거겠죠. 배구는 뭐니 뭐니 해도 서브 리시브가 기본 중의 기본인 스포츠니까요.
세트당 수비 숫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명옥조차 6.9개로 김해란(8.8개) 남지연(8.5개)하고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한송이는 5.5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신 경기당 평균 14.2점이나 올리는 득점력을 갖췄기에 경기에 많이 나올 수 있었고 수비 부담을 지는 레프트로 나선 덕에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 거죠.
본인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한송이는 "수비 5000개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해서 영광"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프로생활을 오래했고, 상대의 공격 타겟이 되었다는 점은 조금 부담스럽다. 앞으로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한송이가 나쁜 선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한송이는 블로킹을 두 개만 보태면 김세영(33·은퇴) 정대영(33·GS칼텍스) 양효진(25·현대건설)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350번째 블로킹까지 기록합니다. 역시 센터가 아닌 선수 중에서는 처음 달성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다재다능한데 수비가 조금 약한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