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설명드린 것처럼 배구는 점(공)을 선(패스)으로 바꾼 뒤 다시 점(스파이크 타점)으로 만드는 경기입니다. 배구 감독들이 틈만 나면 서브 리시브를 강조하는 건 이 때문. 리시브가 안 되면 몰방(沒放) 배구 말고는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연구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에서 지난해 여자 배구 경기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세터가 거의 제 자리에서 세트(토스)를 했을 때 공격 성공률은 45.2%입니다. 현재 2013~2014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이보다 공격 성공률이 좋은 선수는 4명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세터가 많이 움직일수록 기록이 나빠집니다. 그래서 세터가 가까스로 세트를 하거나 세터가 아닌 선수가 세트를 했을 때는 공격 성공률이 21%까지 갑니다. 리시브 성공 여부에 따라 공격 성공률이 두 배도 넘게 차이나는 것이죠.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 역시 리시브 성공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 3-2(27-25, 13-25, 16-25, 25-19, 19-17)로 재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승리 팀 흥국생명은 세트당 '리시브 정확(세터가 세 걸음 이내에서 세트할 수 있는 리시브)'을 9.2개 기록하는 동안 현대건설은 7.4개에 그쳤습니다. 특히 승부가 갈린 5세트에서 차이가 컸습니다. 흥국생명은 전체 리시브 17개 중에 11개(64.7%)를 정확하게 세터에게 연결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16개 중 7개(43.8%)밖에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이 리시브 성공률 차이는 외국인 선수 득점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바실레바(23·불가리아)는 5세트에만 9득점을 올린 반면 현대건설의 바샤(26·터키)는 3득점에 그쳤습니다. 4세트까지는 바샤(30득점)가 바실레바(25득점)보다 득점이 더 많았는데 이 세트에서 역전됐고, 승부 역시 뒤집혔습니다.
5세트에서만 7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한 현대건설 양효진(24·센터)은 이 경기에서 가로막기 5개를 성공하면서 V리그 사상 처음으로 550 블로킹 고지(554개)에 올랐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