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에서 시구를 맡으면서 한국 대통령 중 네 번째로 야구장을 찾아 시구를 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메이저리그 개막전 시구를 맡는 게 관례처럼 보일 정도로 일반적인 일. 역시 대통령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메이저리그 역사학자들은 윌리엄 태프트(아래 사진) 제27대 대통령(재임 1909~1913년)이 메이저리그에서 시구를 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조선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그 대프트 대통령) 과체중인 그가 하도 운동을 소홀히 하자 보좌진이 1910년 4월 14일 워싱턴 홈 개막전 시구를 하라고 조언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때 시구는 지금하고 크게 달랐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구 위치가 달랐습니다. 지금은 시구자들이 마운드에서 포수를 향해 공을 던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때는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공을 던졌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우드로 윌슨 제28대 미국 대통령(재임 1913~1921년)이 공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1970년대까지도 이런 문화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시구자가 그라운드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정확하게 누가 이런 변화를 시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야구 역사학자들은 1970~1980년 사이에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 중에서 처음 마운드에 서서 시구한 건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임 1981~1989)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4년 볼티모어 안방 개막전에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시구를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시구 변천사는 메이저리그 역사학자들이 미국 위주로만 기록을 찾아본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2002년 일본에서 나온 책 '뜻밖에 잘 모르는 사물의 기원(意外と知らないもののはじまり)'을 보면 야구에서 시구는 일본에서 시작했고 그 모습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1908년 11월 22일 일본 와세다대(早稲田大)에서는 이 학교 야구부와 메이저리그 선발팀의 시범 경기가 열렸습니다. 경기를 시작하기 앞서 설립자인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信·1838~1922)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습니다. 오쿠마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났지만 이 학교 1번 타자는 오쿠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의미로 헛스윙했습니다.

이런 시구 형태가 동양(정확하게는 일본하고 한국)에서는 기본이었고, 이 방식이 퍼져 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지금처럼 시구를 하게 됐다는 게 좀더 사실에 부합하는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맞다면 윤보선 대통령이 마운드에서 시구한 지구상 첫 번째 대통령일지도 모릅니다. 야구가 인기 있으면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하고 미국뿐이고,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식으로 관중석에서 시구를 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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