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넥센 장효훈이 이름을 장시환으로 바꾸면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염경엽 감독이 자기가 모르는 선수가 2군 경기에 꾸준히 선발 등판하자 의문을 품었던 거죠. 넥센 2군에 이름을 바꾼 선수는 장시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덕수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탔던 외야수 전동수도 지난해 전민수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많이들 알고 계신 것처럼 이름을 제일 먼저 바꾼 프로야구 선수는 김바위. 1982년 MBC 원년 멤버였던 김용윤은 1983년 스타성을 갖추려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제 롯데 전준우의 장인어른이 된 김바위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바위라는 이름은 어릴 때 불렸던 '바우'에서 따왔다. 프로에서 강한 인상을 주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면서 "간혹 어디 가서 이름을 대면 '혹시 옛날 야구선수?'하고 알아봐주시니 개명 잘했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웃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바꾼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이름을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된 건 2005년. 대법원에서 "이름을 바꾸는 건 행복추구권에 포함된다"고 판결이 나온 다음입니다. 그 전에는 태평양과 LG에서 뛴 안병원(현 넥센 코치)이 개명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꾸려던 안성용. 이름에 병원이 들어가 자꾸 부상을 당하는 것 같다며 스턴트맨도 필요 없는 영화배우 이름으로 바꾸려던 거였죠.

김 바위 다음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명을 바꾼 선수는 2002년 박승종과 문재화(이상 롯데)입니다. 투수로 입단했던 박승종은 내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박종윤으로 이름을 바꿨고, 문재화는 이름을 빨리 발음하면 '문제아'가 된다며 문규현으로 바꿨습니다. 2004년에는 SK 김명완이 집안 사정으로 신승현(현 KIA)이 됐습니다. 2005년에는 한화 윤경희가 윤경영으로 바꿨고요.

그리고 2009년 드디어 개명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등장합니다. 롯데 손광민이 손아섭으로 이름을 바꾼 거죠. 손광민이 손아섭이 되면서 2010년 타율 .306을 때리며 주전 자리를 꿰찼고, 이듬해에는 타율 .326, 15홈런, 83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받았습니다. 그 뒤로 롯데는 유독 이름을 바꾼 선수가 많은 구단으로 이름이 났는데 손아섭의 성공에 주목한 이들이 줄줄이 작명소를 찾았다는 '카더라 통신'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손아섭 뒤로는 해마다 이름을 바꾼 선수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현재 주전급으로 발돋움한 선수 중에서는 지난해 이름을 바꾼 LG 포수 윤요섭(본명 윤상균)과 SK 투수 전유수(전승윤)가 대표 사례. 두 선수 모두 어떤 의미로든 이름을 바꾼 게 변화의 계기가 됐죠. 윤요섭은 지난해 타율 .298을 쳤고, 전유수도 팀을 옮기며 기회를 잡았으니까요.

연도 구단 본명 개명
1983 MBC 김용윤 김바위
2001 롯데 문재화 문규현
박승종 박종윤
2004 SK 김명완 신승현
2005 한화 윤경희 윤경영
2008 정현순 정현석
2009 롯데 손광민 손아섭
2010 롯데 박남섭 박준서
오병일 오수호
한화 정종민 정재원
KIA 진민호 진해수
2011 넥센 박영복 박도현
한화 오승택 오재필
KIA 현승민 현철민
2012 LG 김남석 김재율
KIA 유재원 류재원
LG 윤상균 윤요섭
롯데 이준휘 이지모
한화 장철희 장재훈
넥센 전승윤 전유수
2013 롯데 김동현 김주현
SK 김민식 김주원
KIA 류재원 류은재
장지환 장시하
전태현 전우엽
롯데 박동욱 박건우
황성용 황동채
두산 장기영 장민석
넥센 장채환 장시윤
장효훈 장시환
2014 KT 김용성 김건국
김응래 김민준
삼성 김희걸 김건한
NC 문현정 문수호
정성기 정진
2015 롯데

이승화

이우민

이름을 바꾼다고 앞길이 트인다는 건 미신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말 절실했기에 평생을 함께한 이름까지 바꿀 생각을 했던 거겠죠. 내년에는 또 어떤 선수가 어떤 이름으로 기회를 찾으려고 할까요? 넥센 팬인 저는 일단 장시환 선수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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