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2010 시즌은 SK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도 차지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포스트 시즌에 업셋(Upset)이 한 번도 없는 한 해였죠. 그만큼 상하위 팀 실력차가 두드렀을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한 번 때마다 돌아오는 '능력치 그래프'와 함께 2010 시즌을 되돌아 보겠습니다. (이번부터 능력치 기준을 약간 조정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글 후반부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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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할 것도 없이 최강팀입니다. 수비보다 공격이 다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SK 타자들은 중요할 때 똘똘 뭉치기 때문에 상대 팀 투수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죠. 구원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팀 중에도 불펜을 견줄 만한 팀이 있었다는 뜻이지 SK가 약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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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으로 SK와 견줄 팀이 바로 삼성이죠. 5회 이후 이기고 있을 때 연승 기록을 따로 거론하지 않아도 얼굴이 조금 바뀌어도 삼성 불펜은 올해도 견고했습니다. 여기에 장원삼이 합류하고 차우찬이 환골탈태하면서 선발도 평균 이상이었죠. 공격에서도 '눈 야구'는 여전했습니다. 그 옛날 '뻥야구'를 그리워하는 삼성 팬이라면 파워도 부족하고 클러치도 약한 게 못 마땅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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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넓은 구장을 쓰면서 이 정도 공격력을 올렸다는 건 확실히 칭찬받을 일이죠. 두산 '육상부' 시절 생각하면 주루가 2% 아쉽지만 파워를 생각하면 무시해도 좋은 수준. 진짜 문제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구장을 쓰면서도 기록한 수비 성적입니다. 그 중 투수가 문제였죠. 내년에도 이 팀 성적 관건은 투수들 건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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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야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 한 시즌이었습니다. 주자들이 잘 못 나가긴 하지만 일단 나가면 장타가 주자를 불러들이니 득점도 많이 합니다. 그렇게 점수차를 벌리면 '긴박한 순간'은 잘 오지도 않죠. 그러나 선발이 리그 평균 수준인 걸 제외하면 수비는 전체적으로 부족합니다. 롯데 새 코칭 스탭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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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죠. 특히 지난해는 김상현 최희섭이 타선을 이끌어갔기 때문에 타선 전체 활약보다 상황이 나아 보였지만 올해는 그 점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수비에서 무너진 게 지난해 챔피언을 5위로 끌어내렸습니다. 올해 불펜과 지난해 불펜은 도저히 같은 선수들이라고 믿기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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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은 올해도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부지런히 뛰었죠. 그러나 우리는 야수를 '주자'가 아니라 '타자'라고 부릅니다. 야구는 점수가 안 나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죠. 특히 저렇게 수비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팀은 정말 투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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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선수 부족이죠. 어찌됐든 팀을 꾸역꾸역 이끌어 주던 차포마상이 다 빠졌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투수도 급하지만 타자가 정말 급합니다. 원치 않게 리빌딩 모드에 접어 들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그렇다고 투수는 괜찮냐? 공격 못하는 야수들이 그래도 수비에선 버텨주고 '운 좋게도' 잔루 처리를 많이 한 결과일 뿐입니다. 내년이라고 이 팀에 희망이 있을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팬이 더 많이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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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이하 팀들 그래프를 보시면서 '상위 4팀하고 참 실력차가 크군'하고 생각하시지 않으셨나요? 공격에선 최진행 혼자, 수비에선 류현진 혼자 그래프를 전부 책임진 거나 다름 없습니다. 한대화 감독, 올 시즌도 어려웠지만 내년 시즌 생각하면 정말 밤에 잠 못 들 듯 합니다.

※ 그래프에 사용한 기록에 관해

• 출루는 각 팀의 출루율을 기준으로 했으며, 장타력은 IsoP를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IsoP는 Isolated Power의 약자로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입니다. 장타율에 타율이 들어있는 걸 고려하는 과정이죠. 예를 들어 3타수 3안타를 모두 단타로 기록한 선수는 타율과 장타율이 모두 1.000입니다. 실제 장타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이 경우 ISO는 .000으로 해당 선수에게 장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 클러치는 LI 1.6 이상일 때 각 팀 GPA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LI(Leverage Index)는 해당 상황이 경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GPA = (1.8 × 출루율 + 장타율) ÷ 4

• 야수의 수비 능력 측정에는 DER을 사용. DER은 Defens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Balls In Play) 가운데 몇 %가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10개의 공을 때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머물고 있을 때 이 가운데 3개만 안타로 연결됐다면 나머지 타구 7개, 즉 타구 70%가 아웃으로 처리한 겁니다. 이 때 DER은 .700. 공식은 DER = ( 상대 타자 - 안타 - 삼진 - 사사구 - 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 상대 타자 -홈런 -삼진 -사사구 )

• 잔루 처리 비율은 출루를 허용한 모든 주자수를 실점으로 나누어 계산.

• 그래프에 사용된 수치는 정규화 점수

여기까지는 지난 번과 똑같은 기록을 썼습니다. 달라진 건 이제부터입니다.

• 기동력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스피드 스코어(Speed Score)를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점수는 도루, 도루 시도, 3루타, 득점, 병살타, 수비 기록 등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돼 있는데 전체 팀 기록인 만큼 수비 기록은 빼고 계산했습니다. 지난 번까지는 경기당 도루 숫자 기준이었습니다.

• 투수 측정 기준도 바꿔 봤습니다. 지난 번까지는 선발 구원 모두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를 기준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선발은 PR(Pitching Runs), 구원은 WPA(Win Probability Added)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PR은 평균자책점에 투구 이닝을 포함한 개념입니다. 평균 자책점이 똑같은 선수라도 이닝을 더 소화했다면 PR이 높게 나오는 구조죠. 선발 투수 구실을 따지려면 이닝이 들어가지 않는 FIP보다 이 쪽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 WPA를 이해하려면 야구를 그래프로 보는 법을 살펴 보셔야 합니다. 한 선수가 이런 그래프에서 더하고 뺀 승리 확률은 전부 더한 게 WPA죠. 그런데 저는 개인 성적을 WPA로 보는 건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야수가 실책을 했을 때도 WPA가 변하지만 과연 이걸 투수에게 몇 % 할당하고 야수에게 얼마를 돌려야 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원진 전체라고 하지만 이 기록을 적용하는 게 옳은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가 승부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완전하지만 이 만한 기록이 없다고 생각해 대안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WPA를 쓰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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