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토트넘)이 드디어 '무관(無冠)' 꼬리표를 떼어냈습니다.
토트넘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샤를리송(28·브라질) 대신 피치를 밟았습니다.
교체 투입과 함께 크리스티안 로메로(27·아르헨티나)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손흥민은 추가 시간을 포함해 31분 23초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후반 45분이 모두 지나고도 8분 23초가 지난 시점에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포효했습니다.
손흥민은 2010년 10월 30일 독일 함부르크 소속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5317일(14년 6개월 21일)이 지난 이날이 되어서야 첫 우승 기록을 남겼습니다.
손흥민이 뛰는 동안 토트넘은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UCL), 2020~2021 잉글랜드 리그컵(EFL컵)에서 각각 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이 최고 성적입니다.
다만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금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손흥민에게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안긴 골은 전반 42분에 나왔습니다.
파페 사르(23)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브레넌 존슨(24)이 문전으로 쇄도했습니다.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공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루크 쇼(30)의 팔에 맞았습니다.
존슨은 골대 바깥으로 향하던 공을 다시 골문 안으로 욱여넣으면서 결승 골 주인공이 됐습니다.
존슨은 "우리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팀'이라고 놀림당했는데 이제는 그런 놀림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토트넘이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한 건 2007~2008 EFL컵 이후 17년 만입니다.
어떤 클럽이 이 정도 우승을 못 한다면 스타 선수들이 떠나는 게 당연한 일.
2018~2019 UCL 결승전 선발 멤버 가운데 현재까지도 토트넘에 남아 있는 선수는 손흥민뿐입니다.
손흥민은 "최근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일을 해냈다. 오늘만큼은 내가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60·호주) 토트넘 감독 역시 "손흥민을 위한 날을 만들고 싶었다. 손흥민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냈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2008~2009시즌까지는 UEFA컵이라고 부르던 UEL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손흥민이 네 번째입니다.
'차붐' 차범근(72)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시절 1979~1980시즌에는 프랑크푸르트, 1987~1988시즌에는 레버쿠젠 소속으로 UEFA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2007~2008시즌에는 김동진(43) 현 축구 대표팀 코치와 이호(41) 현 인천 수석 코치가 몸담고 있던 제니트(러시아)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팀 주장 자격으로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손흥민뿐입니다.
UEFA 주관 대회를 통틀어도 이번 대회 손흥민 이전에 한국 선수가 주장으로 우승을 이끈 적은 없었습니다.
토트넘은 UEL 초대(1971~1972시즌) 챔피언으로 1983~1984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통산 세 번째 우승 기록을 남겼습니다.
UEL은 기본적으로 UCL 하위 호환 버전으로 각국 리그 중상위권 클럽이 참가하는 대회로 우승팀에 그다음 시즌 UCL 출전권을 줍니다.
이에 앞서 UEL 우승팀은 해당 시즌 UCL 챔피언과 UEFA 슈퍼컵 맞대결도 치르게 됩니다.
이강인(24)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이 UCL 결승에 오른 상태라 올해 UEFA 슈퍼컵에서 한국 선수가 맞대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