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일 고척 경기에서 '2구 삼진'을 잡아낸 KT 고영표. 동아일보DB

고영표(34·KT)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2구 삼진 아웃'을 기록한 투수가 됐습니다.

 

고영표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상대 선두 타자 김건희(21)에게 체인지업 두 개를 던져 두 번 모두 헛스윙을 끌어낸 고영표는 타석 세 번째 공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심을 맡고 있던 김갑수 심판이 왼쪽 손목을 가리키면서 '피치 클록' 규정 위반을 선언했습니다.

 

피치 클록 규정 위반으로 삼진 아웃 판정을 당한 키움 김건희. SPOTV 중계화면 캡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불필요한 시간 지연을 최소화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겠다"면서 이번 시즌 피치 클록을 도입했습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안에 투구해야 하며 타자는 피치 클록에 8초가 남기 전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김건희가 이 규정을 어기면서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하나가 올라갔습니다.

 

이미 2스트라이크 상황이라 고영표는 공을 던질 필요 없이 탈삼진을 추가했습니다.

 

해태 시절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동아일보DB

다만 타자 기준으로는 김건희가 첫 기록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순철(64)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1996년 4월 25일 OB(현 두산) 상대 잠실 경기 때 타석에서 공을 두 개만 지켜보고 삼진을 당한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경향신문은 "이순철은 두 차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는 몸짓을 보이더니 심판의 '인플레이' 사인에도 불구, 타석을 벗어나 야구규약대로 삼진"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야구 규칙 6.02(c)에 따라 이런 상황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기는 해야 했습니다.

 

타자가 타자석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거나 타자석 안에 있더라도 타격자세를 취하려 하지 않을 때는 투수에게 투구를 명하여 모든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선언한다.

 

타자가 이 같은 스트라이크가 세 번 선언될 때까지 타격자세를 취하지 않았을 때는 아웃이 선언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타격자세에 들어가면 그 다음의 투구는 정규규칙에 따라 볼 또는 스트라이크가 가려진다.

 

실제로 이때 마운드에 있던 OB 선발 투수 진필중(53)도 포수에게 공을 던졌습니다.

 

현재는 이와 똑같은 내용이 야구 규칙 5.04(3)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구심은 여전히 투수에게 투구를 명해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 같은 조항은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If the batter refuses to take his position in the batter's box during his time at bat, the umpire shall call a strike on the batter.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구심이 바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2013년 마이너리그 경기에서는 '1구 삼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야구 기록지에 스트라이크는 루킹 스트라이크는 'O', 스윙 스트라이크는 'Ø'로 기록합니다.

 

피치 클록 위반(violation)으로 스트라이크가 올라갈 때는 ⓥ로 표기합니다.

 

물론 ⓥ는 투구 수 집계 때 반영하지 않습니다.

 

자동 고의사구 도입 이전 고의사구나 견제를 투구 수에서 빼는 것과 같은 접근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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