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은(48) BNK 감독이 여성 사령탑 최초로 여자프로농구(WKBL)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WKBL 막내 구단 BNK는 20일 안방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우리은행에 55-54 진땀승을 거뒀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창단(2019년) 후 첫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BNK는 기본적으로 KDB생명 선수단을 인수한 팀이지만 비슷한 역사를 거친 프로야구 팀 키움처럼 공식적으로는 팀을 새로 창단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KDB생명은 금호생명 시절인 2004 겨울 리그 때 챔프전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 시절 '명품 슈터'로 통했던 박 감독은 "선수로 우승을 다섯 번 했는데 그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이번이 의미가 더 깊다"고 말했습니다.
박 감독은 삼성생명 선수로 △1998 여름 △1999 여름 △2000 겨울 △2001 겨울 △2006여름 리그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WKBL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도 박 감독이 처음입니다.
박 감독은 "내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뛰어서 우승하는 느낌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지도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여드릴 수 있게 돼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박 감독은 동주여상 졸업반이던 1994년 당시 실업팀이던 삼성생명에 입단하면서 성인 무대에 뛰어들었습니다.
WKBL 출범(1998년) 이후 프로 선수가 된 박 감독은 2012~2013시즌을 마지막으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벗었고 이후 같은 팀에서 코치를 맡았다가 2015~206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났습니다.
이후 WKBL에서 경기운영부장, 경기본부장을 지내다가 2021년 3월 18일 BNK 제2대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박 감독은 사령탑 부임 2년 차였던 2022~2023시즌 팀을 챔프전까지 이끌었지만 우리은행에 3전 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6위)에 그치면서 안방 구장을 함께 쓰는 남자프로농구 팀 KCC가 우승하는 걸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BNK는 '에어컨 리그'에서 김소니아(32), 박혜진(35) 등을 영입하며 다시 우승 도전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이번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건 안혜지(28)지만 박 감독은 '내 마음속 MVP'로 박혜진을 꼽았습니다.
박혜진은 52-54로 밀리던 이날 경기 종료 18.4초 전 3점포를 터뜨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박 감독은 "마지막에 그런 슛을 던질 수 있는 게 박혜진이고 그게 우리가 데려온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박혜진이 팀에 오면서 팀 문화나 선수들 생활, 농구에 대한 자세 등을 만들어줬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역시 부산이 고향인 박혜진은 프로 데뷔 후 17년 동안 우리은행에서만 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BNK로 건너왔습니다.
우리은행 시절을 포함해 프로에서 아홉 번째 정상을 차지한 박혜진은 "우승을 바라면서 여기 온 것은 아니었다"면서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가 고생하고 노력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내가 '따라오라'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불신이 생길 것 같아서 발악했는데 이 유니폼에 첫 번째 별이 달린다고 생각하니 영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님의 가르침이 몸에 배어 있는 덕분"이라며 "농구공을 놓는 날까지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