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일본 프로야구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지난 시즌 64승 77패로 퍼시픽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 전반기에는 46승 34패로 리그 2위. 무엇이 팀을 바꿔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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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모든 선수에게 특별 프로그램이 내장된 3세대 아이폰을 지급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아이폰을 가지고 어떤 타석에서 자기 폼이 어땠는지 동영상으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분석실을 일부러 찾아서 부탁해야 했던 수고를 덜게 된 거죠. DVD로 된 영상을 보겠다고 노트북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도 물론입니다.

프로 스포츠 팀이 아이폰 같은 '스마트 폰'을 전력 강화에 쓰는 건 아마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모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일본에 아이폰을 공급하는 업체라는 게 주효했겠죠. 우리로 치면 SK 텔레콤에서 아이폰을 들여오고, SK 와이번스 선수들에게 전력 분석에 활용하라며 아이폰을 지급한 셈이니까요.

이 팀 주전 3루수 고쿠보 히로키(小久保裕紀)는 "아이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며 "자기 타석뿐 아니라 한동안 상대하지 않은 투수 영상도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모두 같은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라 비교가 쉽다"고 전력분석용 아이폰 프로그램 사용 소감을 전했습니다.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펜싱에서 은메달을 딴 오타 유키(太田雄貴) 선수가 '아이팟터치를 들고 다니면서 상대를 분석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 방식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손 회장의 '감각'이 정보기술(IT)과 스포츠를 멋들어지게 결합시킨 셈이죠.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서 쓰는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남들한테 '판매'할 수도 있죠. 이 개방성을 알고 있는 손 회장이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한 것이고요. (아니면 아이폰이 일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서 선수들에게 '떠넘기기?' -_-; )

아이폰을 쓰면서 기록도 좋아졌습니다. 지난해 .702이던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747로 올랐고 팀 평균자책은 4.05에서 3.51로 낮아졌습니다. 후반기에도 '아이폰 매직'이 통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히어로즈 이숭용 선수는 6타점을 올린 5월 30일 경기가 끝나고 방송 인터뷰를 "고맙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방송에서 자기 폼을 자세히 잡아줘서 좋을 때와 비교해 폼을 수정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드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이런 걸 알아보기도 쉽지 않았던 거죠.

많은 '애플 교도(敎徒)'뿐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들도 아이폰이 국내에 빨리 나오길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아이폰 소지를 금지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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