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문학구장, 잠실구장에 야구팬들이 학수고대하던 녀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방수포. 잠실 구장에서 2일 경기에 앞서 소나기가 내려 방수포가 깔린 적이 있지만 공식 경기에 사용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SK는 지난 4월 700만원을 들여 방수포를 새로 구입했다. 내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크기로 방수포를 까는 데만 20여명의 인력이 동원된다.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방수포를 사는 데 7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잠실에 깔린 방수포는 2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잠실 방수포는 일반적인 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흙만 덮도록 디자인(?)돼 있으니 좀 더 비쌀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사실 2000만 원도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싼 편입니다. 어디서 비롯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수 억 원이라는 소리까지 나왔으니까요.
여태 각 구단이 방수포를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말 그대로 궁색했습니다.
"방수포를 사용하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부피가 큰 방수포를 비치해 둘 공간이 없다. 활용하는 횟수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구단이 방수포 구입을 미루는 사이, 가뜩이나 열악한 우리 야구장은 비만 오면 무논으로 변하기 일쑤였고 걸레로 물을 짜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방수포를 구입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결국 비가 그치지 않아 두 경기장 모두 강우 콜드 게임이 선언됐지만 비가 그쳐서 경기가 재개됐다면 정말 '방수포 효과'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목동을 포함해 나머지 구장에도 빠른 시일 내에 방수포가 갖춰지기를 바랍니다.
• 더욱 심각한 안전 불감증
그런데 문제는 방수포만이 아닙니다. 3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부상을 당한 두산 중견수 이종욱은 '들것'에 실려 나갔습니다. 몸값이 2억 원 가까운 선수가 다쳤는데 참 '초라한' 구급 조치였습니다.
9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임수혁 선수도 현장에서 응급처치가 빨랐다면 지금 건강히 그라운드 위를 누비고 있을지 모릅니다. 잠실구장은 중앙출입구에 구급차가 대비하고 있고 다른 구장에도 구급차가 대기하지만 구급차까지 옮기는 게 문제입니다.
구장 안으로 구급차가 직접 들어올 수 있으면 좋지만 구장을 새로 지어야 가능한 일이겠죠? 메이저리그라고 모든 구장에 구급차가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이런 방식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저 카트가 20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2000만 원이 한 선수의 생명보다 결코 비싼 돈도 아니고 말입니다.
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은메달 나라의 야구팬이 방수포 하나에 감격하고, 아주 기초적인 응급처치 장비까지 염려해야 하는 현실이 정말 '쪽' 팔린 대한민국 야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