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광현은 지난해 3승 7패로 혹독한 데뷔 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MVP로 거듭났다.

올 초 이미 김광현이 투구폼을 바꿔 성공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

당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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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왼쪽)과 2008년 5월 투구 동작 비교]

투구 동작에서 두 팔이 양 옆으로 벌어졌을 때를 흔히 플렉스 T(Flex T) 상태라고 부른다. 여기서 앞 무릎이 굽혀지며 앞으로 전지하기까지는 글라이드(Glide)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체의 회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상체가 먼저 회전을 시작하게 되면 투구 동작에서 앞 다리를 내딛는 과정 즉 스트라이드(Stride) 과정에서 만든 에너지가 열린 어깨를 통해 빠져 나가게 된다. 당연히 투구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상체 회전을 지연시켜 몸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면 부가적인 전진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릴리스 포인트를 끌고 나온다'고 말하는 과정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즌 김광현은 1) 몸통이 한 쪽으로 기울어졌고 2) 회전 역시 빨리 시작됐다. 올해는 투구폼이 한결 간결해졌음에도 몸통을 곧바로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광현은 5월 들어 한차례 위기를 맞앗다.

4월에 1.80이던 월 평균자책점은 5월 들어 4.60으로 치솟았다. 1할9푼8리던 피안타율도 2할8푼3리로 올랐다.

결국 김광현은 또 한 번 투구 폼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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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글러브 위치.

예전에 김광현은 리프팅(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면서 글러브를 얼굴까지 끌어 올렸다.

이제는 허리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스트라이드(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딛는 동작)를 시작한다.

투수는 리프팅과 스트라이드를 통해 만든 직선적인 전진운동과 몸통 및 어깨의 회전운동을 통해 공을 던지게 된다.

횡방향으로 움직이는 전진 운동은 스타라이드가 끝나면서 '관성'의 형태로 회전 운동에 전달된다.

이 힘이 클수록 더 파워풀한 피칭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리프팅은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그런데 김광현의 예전 투구폼은 두 손을 올렸다 내리는 과정에서 흔들림이 생겨 힘이 분산됐다.

손을 얌전히 모으면서 상체가 적게 흔들렸고 자연스레 하체도 안정됐다.

투구판을 밟고 있는 왼쪽 다리가 버텨주면서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리는 'Tall and Fall' 스타일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김광현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타점'도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광현은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먼저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

대신 한 번 밸런스가 무너지면 전체적인 리듬을 잃고 마는 경우도 많다.
김성근 감독이 이 점을 바로잡아 준 것이다.

투수 조련사 김성근 감독이 내년에는 김광현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면밀히 관찰해 보는 작업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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