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삼성이 홈에서 열린 2005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먼저 기선 제압을 하면서, 챔피언 자리에 먼저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선발로 배영수가 아닌 하리칼라 선수를 내세울 때만 해도, 상대 에이스 리오스를 의식해 1차전을 피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만, 하리칼라 선수 딱 5회 동안 상대를 2실점으로 묶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결국 권오준, 오승환이 나머지 4이닝 동안 상대를 무실점으로 막아주면서 결국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반면 리오스 선수는 6이닝 3실점, QS를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불운을 맛봐야 했습니다.

기타 자세한 분석이야, 다른 분들께서 보다 깊은 내공을 보이실 터이니 패스하고, 저는 늘 그리던 대로 그린 그래프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두산이 먼저 선취점을 뽑으며 앞서갔지만 3회 박진만, 진갑용 선수의 연속 사구로 맞이한 무사 1, 2루 찬스에서 김종훈 선수의 번트와 조동찬 선수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뽑으며 추격에 시동을 겁니다. 하지만 거기 찬물을 끼얹은 손시헌 선수의 수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삼성은 다시 5회 대반격을 시작, 기어이 역전에 성공하고야 맙니다. 그 중심에는 김종훈과 김재걸 선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김재걸 선수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박종호 선수가 투구에 부상을 당하며 갑작스레 경기를 떠나야 했던 5회말 동점 상황, 1아웃에 주자는 3루.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2볼. 먼저 볼 하나를 골라 2-3를 만든 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을 그대로 밀어치면서 오른쪽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날립니다. 3루 주자였던 김종훈 선수의 득점으로 팀은 3 : 2 역전에 성공합니다. 

7회에는 반대로 좌익수쪽으로 2루타를 기록하며 1루 주자 조동찬 선수를 불러들이며 4:2, 이후 김한수 선수의 땅볼 타구 때 홈을 밟아 팀의 다섯 번째 득점까지 성공시켰습니다. 최종 개인 성적은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안타 2개는 모두 2루타였습니다. 정말 쏠쏠한 활약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삼성은 석 점차로 앞선 8회 곧바로 마무리 오승환 선수를 등판 시켰습니다. 2이닝 동안 폭투까지 기록하며 안타 두 개 볼넷 하나를 내주었지만, 삼진 역시 3개나 뽑아내며 우여곡절 끝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큰 무대에서도 흔들림 없는 진정한 '철가면'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신인으로서의 경험 부족을 드러낼 것인지 정확한 판단은 아직 유보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두산 선수들에게 공략 못할 구위는 아니라는 모종의 자신감을 심어준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권오준 선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밖에 오늘 경기에 주목을 끌었던 몇 장면을 한번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양 팀 유격수 간의 호수비 대결입니다. 먼저 손시헌 선수 ;



장원진 선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결국 조동찬 선수의 슬라이딩으로 2사 3루가 됐어야 하는 상황은 1사 1, 3루가 됐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박종호 선수.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리오스 선수의 8구째를 밀어 쳐 3-유간으로 타구를 굴려 보냅니다. 유격수쪽으로 많이 치우친 타구였기는 했지만 풀 카운트 상황이라 런앤히트가 걸린 상황에서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유격수 손시헌 선수 다소 2루 쪽으로 치우친 수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첩하게 이동, 볼을 글러브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재빠른 판단을 보이며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 3루 주자였던 진갑용 선수를 홈에서 잡아냅니다. 다음 타자 박한이 선수의 타구마저 유연하게 1루로 송구하며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삼성 공격의 맥을 멋지게 차단했습니다.




박진만 선수도 이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6회에 김동주 선수가 볼넷으로 1루에 나가 있는 상황. 다소 한가운데로 몰린 권오준 선수의 투구에, 홍성흔 선수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제법 빠른 땅볼 타구가 만들어 지며 3-유간을 꿰뚫는 게 아닐까 하는 찰나, 박진만 선수 그라운드에 몸을 날리며 다이빙 캐치. 볼이 한번에 글러브에서 빠지지 않아 당황할 만도 했지만 침착하게 2루수 김재걸 선수에게 던지며 6-4-3 병살을 이끌어 냅니다. 역시나 1점차 상황에서 상대로부터 추격의 희망을 앗아 버리는 멋진 수비였습니다.


포메이션과 유기적 로테이션이 중요한 수비를 정지된 그림으로 보여드리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야구에 대한 무지와 그림에 대한 솜씨없음이 결합해 야구장 도안을 제공해 주신 Deen 님께 누가 되는 건 아닐까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관심거리는 박진만, 진갑용, 김한수 선수가 각각 얻어낸 몸에 맞는 볼이었습니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진만 선수 2구째 빠른 볼에 팔꿈치 보호대를 맞고 나갔습니다. 다음 타자 진갑용 선수 역시 2구째에 몸쪽에 붙는 변화구. 6회에도 김한수 선수 마찬가지로 몸쪽 변화구를 맞고 걸어 나갔습니다. 삼성에서 테니스 공으로 몸쪽 코스에 들어오는 공을 피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고 하던데, 참 뭐 그런 걸 다 연습하나 싶었습니다만, 분명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에는 자세히 표현돼 있지 않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홈플레이트쪽에 바짝 붙어 타격에 임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리오스의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몸쪽 코스를 삼성 타자들이 역이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선수들의 WPA입니다.

먼저, 패한 두산.



이 WPA 수치라는 게 참 패한 팀에는 냉정합니다. 그나마 김동주 선수, 4번 타자로 최소한의 체면은 세웠다고 하겠습니다. 손시헌 선수, 수비에서만 무려 .143이라는 점수를 땄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습니다.

이어서, 라이온즈.



역시나 걸사마 선수가 1위. 2위는 진갑용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오늘 등판했던 투수 세 명이 등판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김종훈 선수의 경우, 경기 중반까지 굉장히 높은 WPA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6회에 '그거'를 때리는 바람에 수치를 많이 까먹었습니다.

내일이면, 또 2차전이 벌어집니다. 삼성이 기분 좋게 잠실로 향할 수 있을지, 아니면 두산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지, 내일도 멋진 승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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