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결국 한화가 준플레이오프 최종전, 5차전을 차지하며 내일부터 두산과 한국 시리즈 진출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벌이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며, 무서운 상승세를 계속했던 SK는, 시즌 후반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에 대비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던 한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 이번 시즌을 마감해야만 했습니다. 다른 무슨 말씀이 필요하겠습니까? 양 팀 선수단, 그리고 팬 여러분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5차전 승부는, 제가 경기 리뷰에서 몇 차례 언급했던 대로, 역시 수비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정경배 선수가 처리한 이도형 선수의 타구는 비록 안타로 처리되기는 했지만, 차라리 던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지점에서 포구됐습니다. 인조 잔디라는 점을 감안, 타구 속도가 빨라서 승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리라는 건 알지만, 역동작에서 무리하게 던지는 건 오히려 실수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습니다. 

단기전에서 화려한 수비로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견실한 수비로 투수를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뒤지고 있는 경기였고 2사후였습니다. 결코 극적인 아웃 카운트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타석에 들어설 선수가, 이번 시리즈 내내 멘도사 라인에서 타율이 형성되는 이범호 선수라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경배 선수의 이 플레이는 정대현 투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고, 결국 초구에 홈런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사실상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반면, SK 측에서는 상대 수비를 도와주는 플레이가 몇 차례 나왔습니다. 3회 이진영 선수가 3루에서 아웃 당한 장면, 많은 SK 팬 여러분께서 아쉬워하실 만한 대목입니다. 이미 세이프가 선언된 직후, 곧바로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며 아웃 처리됐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고, 또 팀이 3:2까지 추격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3루로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선수의 플레이는 3루 주루 코치의 책임입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언급했습니다만, 최태원 코치의 판단이 아쉬웠습니다. 데이비스 선수의 송구가 3루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면, 각도와 세기를 고려 이진영 선수에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지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보입니다. 

박경완 선수의 주루 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사 2루에서 번트 자세를 취하다 버스터로 때린 타구는 훅이 걸리며 테일링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 우익수 고동진 선수 왼쪽 앞에 떨어졌습니다. 타구 속도가 그리 느린편이 아니었고, 인조 잔디라 바운드가 빠르게 튀었습니다. 그리고 박경완 선수는 그리 발이 빠른 편이 아닙니다. 우익수 고동진 선수가 강견에 속하는 선수임을 감안하자면 1루에 멈춰서는 편이 현명했습니다. 다음 타자는 채종범 선수였습니다. 다시 보내기 번트를 생각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랬더라면 송진우 선수를 마운드에서 끌어낼 수 있었을 걸로 보입니다. 

팀의 주축 멤버들이 이렇게 미스 플레이를 연출한 상황에서 팀이 이기기를 기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진영 선수가 아웃 당하지 않았더라면 2사 후이기는 하지만, 주자 1/3루에 타석에는 타격감이 좋은 이호준 선수였습니다. 박경완 선수가 주루사 당한 이후, 채종범 · 김태균 선수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무사 1루와 1사 주자 없는 상황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이렇게 한 걸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켜 버렸습니다. 이런 미스 플레이가 없었더라면, 9회초 박재홍 선수의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큰경기일수록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경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SK의 조범현 감독은 이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앞으로 남은 감독 생활 동안 실수를 줄여 가며 명장의 반열에 오르시길 기원합니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님 역시 두 번 실수하실 분이 아닌 만큼, 비록 하루뿐인 여유지만 팀을 잘 정비해 플레이오프에 충실히 대비하시리라고 믿습니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양 팀 선수단, 그리고 열성을 당한 응원을 보여주신 양 팀 응원단 여러분께 감사했다고,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며 준플레이오프에 관련된 모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치솟아 오르다 여유로운 활공, 또 다시 치고 올라가 잠시 쉬어 가며 활공, 또 다시 치고 올라가 숨 고르며 활공, 하지만 결국 정상을 향해 날아 오르다. 마치 독수리처럼, 정말 독수리처럼 끝끝내 날아 오른 이글스. 사람과 사이에선 그 무엇보다도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하루만 긁히는 날이 아니었나 봅니다, 최영필 선수. 하루 푹 쉬고, 또 멋진 한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비록 패했지만, 이번 시즌 최고의 돌풍. 당신들이 있어 이번 프로야구 시즌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내년에 주축 선수 둘이 빠진다고 걱정이십니까? 올해는 박재홍 선수가, 위재영 선수가 뭐 그렇게 잘해줄 줄 알았습니까? 어디선가 또 멋진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그렇게 인천의 짠물야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축하합니다, 독수리 팬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룡 팬 여러분. 
정말 멋진 한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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