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구장이 정말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줄까요? 전 그렇다고 믿습니다만, 또 아니라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설사 믿는다고 하시더라도, 그것을 수치화시켜 보여드리면 또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야 정말 고도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으면 어쩌지? -_-) 독특한 모양의 펜스를 갖춘 구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어느 정도는 펜스 길이에 의해 전체적인 구장 효과가 판가름되지 않는가, 고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잠실은 투수들의 구장, 대구는 타자들의 구장, 이런 판단을 내리는 근거로는 (여전히 실측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펜스 길이가 사용되는 형편이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 아래, 어느 구장에서 어느 투수들이 잘하고 못했는지를 한번 알아 봤습니다. 사실 G/F 같은 자료가 있다면 구장의 바닥 상대, 혹은 펜스 길이에 따라 구분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자료를 구할 수 없고, 사실 이 데이터는 한잔 형님 데이터가 다 구축되면 해보려던 작업이었는데, 형님께서 자체 DL을 신청하신 관계로, 게다가 지금 飛군 과외가 끝나기를 기다리려 PC방에서 죽치고 있는 형편임으로 한번 엑셀양과 바람을 피워봤습니다.

다시 한번, RCAA나 RSAA는 구장의 영향을 받는 기록입니다. 구장 효과를 직접 구하지 않고 (네, 또 귀차니즘입니다 -_-), 각 구장에서의 평균 성적을 토대로 작성된 기록임을 일러둡니다.


# 광주

+ 윤석민 RSAA +11 ERA 2.72 IP 46.3 K/9 5.24 WHIP 1.12 1승 1패 5세이브

별명이 광주댐이란다. 정말 광주에선 그런 소리를 들을 만했다. 시즌 전체 RSAA는 -1, 아직 그냥 댐은 아닌 모양이다.


- 최상덕 RSAA -10 ERA 8.18 IP 22.0 K/9 9.00 WHIP 1.82 4패 1세이브

사실 광주에서는 오히려 나은 편이다. 시즌 전체 RSAA는 -13이니까. 새로 홈구장으로 쓰게 될 잠실에선 이번 시즌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다.



# 군산

+ 김희걸 RSAA +11 ERA 0.00 IP 6.6 K/9 5.40 WHIP 0.90 0승 0패

타자와 마찬가지로 군산, 마산, 청주 구장 등은 표본이 작다. 하지만 6 2/3 이닝 동안 안타를 두 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한 일이다. 시즌 전체 WHIP 1.71과 비교할 때 이닝당 0.9명의 주자 출루 역시 훌륭하다. 볼넷 4개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 랜들 RSAA +3 ERA 10.50 IP 6.0 K/9 3.00 WHIP 2.50 0승 1패

억짱님이 보러 가셨던 경기도 포함됐겠지? 그 고생하셨는데 이게 뭐니.



# 대구

+ 오승환 RSAA +17 ERA 1.17 IP 46.0 K/9 11.15 WHIP 0.54 3승 0패 8세이브 6홀드

자자, 그냥 넘어갑시다.


- 바르가스 RSAA -10 ERA 5.27 IP 70.0 K/9 5.14 WHIP 1.36 5승 5패

로또라는 낱말이 괜히 생긴 건 확실히 아니다. 어쩌면 승패도 딱 5할이다. 그래도 꽤 확률 높은 로또였다.



# 대전

+ 최영필 RSAA +21 ERA 1.32 IP 47.6 K/9 6.42 WHIP 1.22 4승 2패 3세이브

대전에선 모든 타자들이 롯데 타자들처럼 고분고분하게 굴었던 모양이다.


- 정병희 RSAA -13 ERA 9.39 IP 23.0 K/9 6.65 WHIP 2.17 1승 1패 4홀드

시즌 초반엔 이렇지 않았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제 대전을 떠난다. 문학에선 그래도 +1이다.



# 마산

+ 손민한 RSAA +4 ERA 2.00 IP 18.0 K/9 6.00 WHIP 1.39 2승 1패

송진우 선수 경기(8 1/3이닝 무실점)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손민한 선수 애쓴 게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 장원준 RSAA -4 ERA 22.50 IP 3.0 K/9 0.00 WHIP 4.00 0승 0패

어느 정도 규정 이닝의 제한을 두자면, 또 바르가스(IP 5.6 RSAA -1)였지만, 이미 떠난 사람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학

+ 김원형 RSAA +16 ERA 2.11 IP 98.0 K/9 4.22 WHIP 1.04 8승 3패

확실히 홈에서 더 잘하면 더 이뻐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죠, SK 팬 여러분?


- 채병룡 RSAA -11 ERA 5.40 IP 53.3 K/9 7.43 WHIP 1.31 3승 5패 1홀드

홈에선 5.25이던 방어율이 원정에선 3.54로 내려간다. 문학은 투수들에게 다소 유리한 구장인데도 말이다.



# 사직

+ 최원호 RSAA +5 ERA 2.10 IP 25.6 K/9 7.01 WHIP 1.25 2승 1패

방어율은 두산 이적후 리오스기 0.56으로 훨씬 좋다. RSAA의 장점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에도 가중치를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원호다. 어쨌거나 이번 시즌 정말 잘하지 않았는가?


- 박지철 RSAA -9 ERA 6.75 IP 25.3 K/9 7.82 WHIP 1.74 0승 3패

사실 염주장(-8)도 이정훈 선수(-6)도 모두 사직에서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시즌 초 그리 잘나가던 롯데가 사직에만 가면 기가 한풀 꺾이던 생각이 난다.



# 수원

+ 황두성 RSAA +13 ERA 3.13 IP 60.3 K/9 10.14 WHIP 1.09 4승 3패 1세이브 4홀드

정말 현대팬들의 구세주였다.


- 오재영 RSAA -22 ERA 9.00 IP 30.0 K/9 3.30 WHIP 2.27 0승 7패

전년도 신인왕이 너무 철저하게 망가져 버려서 정말 할 말이 없다. 사실 지난해에도 홈에서 성적이 더 나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승 3패, ERA 4.31)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 구장에서는 그래도 0. 연애가 좋긴 좋은가 보다.



# 잠실

+ 리오스 RSAA +25 ERA 1.55 IP 75.6 K/9 7.26 WHIP 0.99 7승 2패

기아 소속이었을 때 잠실 구장 RSAA는 -1이었다. 그런데 두산으로 와서 잠실을 홈으로 쓰니 저렇게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 캘러웨이 RSAA -18 ERA 8.48 IP 28.3 K/9 3.77 WHIP 2.16 1승 4패

잠실에선 늘 얻어 터진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경기.



# 청주

+ 김진우 RSAA +4 ERA 1.08 IP 8.3 K/9 10.80 WHIP 0.96 0승 0패

이런 경기를 보이면 자꾸만 기대가 된다. 언젠간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그의 포텐셜.


- 김명제 RSAA -4 ERA 5.40 IP 3.3 K/9 5.40 WHIP 2.70 0승 1패

좀 다른 얘기지만, 두산 식당 아주머니, 어쩜 이리 선수들 몸매를 똑같게 만들어 주시는지. 이젠 좀 곰 삘이 나는 듯.

새삼 느끼지만, 리오스는 두산으로 와서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정말 다른 투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오승환 선수는 뭐 -_-; 개인적으로, 오재영 선수의 부진이 정말 너무도 아쉽습니다. 올해는 그냥 2년차 징크스였으니 하고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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