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1B - LF - RF - 3B - CF - 2B - SS - C ]

세이버메트릭의 대부 빌 제임스가 제시한 수비 스펙트럼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수비에 부담이 많은 포지션입니다. 수비 포지션을 변경할 때 일반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나이가 들거나, 공격에 보다 힘을 실어 주거나 할 경우에 이런 식의 포지션 변경이 이루어진다 주장입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스펙트럼에서 왼쪽에 놓일수록 공격에서 보다 생산적이어야 한다." 1루수에게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수비보다 공격이죠. 공격 못하는 포수보다 수비 못하는 포수가 더 욕을 많이 얻어먹고, 유격수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팀의 사정마다 각기 다를 수도 있고, 선수 개개인에 이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포수 홈런왕, 수비형 1루수. 이런 선수들도 분명 존재하게 마련이니까요.

그럼 리그 평균을 구해 보면 어떨까요? 다음은 2005 시즌 국내 프로야구 포지션별 GPA 현황입니다.



이 그래프가 이쁘기는 더 이쁜데, 숫자를 적어 넣어 보니 그리 또렷하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평면으로 돌아갔습니다. -_-;



우리 프로야구의 수비 스펙트럼은 [ CF - 1B - RF - LF - 3B - SS - 2B - C ] 였던 걸까요? -_-; 중견수들이 .27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1루수 역시 .271이니 아주 근소한 차이입니다. 하지만 수비 스펙트럼에서의 위치를 고려하자면, 정말 중견수들의 활약이 굉장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병규, 데이비스 같은 선수들이 이름을 떠올리고 보니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럼 타순과 마찬가지로 포지션별로 각 팀의 공격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이미 보셨듯 비교 기준으로는 GPA를 사용했고, 정렬은 2005 시즌 성적순입니다.


1.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야 박진만 선수의 기록이 .251 정도에 그쳤으니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3루수는? 우리 동찬이가 이 정도라고? 하시는 동찬 패밀리분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부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의 3루수가 공격에서 취약점으로 지목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3루수로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조동찬 선수의 GPA는 .265로 시즌 평균보다 떨어집니다. 3루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출장했을 때는 .316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그치지 않습니다. 조동찬 이외의 삼성 3루수들이 기록한 GPA는 .196. 이제 수긍이 가시는지요?


2. 두산 베어스



좌익수와 중견수가 문제입니다. 좌익수로 78경기 출장, 가장 좌익수 포지션을 많이 소화한 최경환 선수의 GPA는 .235, 나머지 선수들이 .238. 투수들에게 유리한 잠실구장이라고 해도 참 -_-; 중견수는? 임재철이 있는데? 중견수로 출장했을 때 임재철 선수의 GPA는 .277로 시즌 평균 .268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61경기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경기를 채워준 선수들의 GPA는 .210에 그쳤습니다. 두산 1루수들의 GPA .252는 리그 최하위 기록.


3. SK 와이번스



한화의 김태균 선수는 확실한 공격수, 이 팀의 김태균 선수는 수비수, 그렇게 치면 될 것 같습니다. -_- 김 선수의 GPA는 .227, 더 심한 건 나머지 3루수들은 .173. -_- 게다가 좌익수도 사실 두산과 함께 공동 최하위. 조동화 선수의 GPA는 .231밖에 안 되고, 좌익수로서의 이호준 역시 .269에 그쳤다. 시즌 전체는 .290.


4. 한화 이글스



김태균, 데이비스, 이 깡패들 -_- 한화의 2루 문제는 패스 -_-; 우익수들의 부진도 눈에 뜨입니다. 가장 우익수로 많이 출장한 고동진의 GPA(.208)보다 나머지 선수들의 GPA(.247)가 더 나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동진 선수는 타율보다 출루율이 1할도 더 높은 (.200/ .308/ .364)) 선수고,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라고 봐야겠죠?. 내년엔 이 수치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5. 롯데 자이언츠



롯데엔 포수가 없었나? 아닙니다. 제가 y축 최소값을 .200으로 준 게 문제였습니다. -_- 그래서 y축 범위를 조정해 보면 ;



롯데 포수들의 GPA는 .189. 이는 리그 모든 팀의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최저치입니다. 최기문 .176, 강민호 .198. 하지만 최기문 선수 지난 겨울 훈련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고 믿겠습니다. 강민호 선수도 무럭무럭 자라세요. 지명타자들이 .227밖에 못 때렸다는 것도 반성해야겠죠? 참고로 최근 살을 부지런히 빼고 있는 이대호 선수의 경우 3루 출장시 .268, 1루수 출장시 .285로 1루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6. LG 트윈스



네, 2루수의 GPA는 정확히 .200이었습니다. LG에서 2루로 출장했을 때 가장 높은 GPA를 보인 선수는 이종열, 기록은 .227이었습니다. 반명 중견수의 .297은 한화에 이은 2위 기록. 중견수로 출장했을 때 이병규 선수의 GPA는 .294. 시즌 전체 기록은 .288보다 다소 좋은 기록입니다. 지명타자로 나선 경기에서는 .258, 수비를 해야 타석에서도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걸까요?


7. 현대 유니콘스



우리 미들 인필더진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_-; 우울한 얘기 안 하고 기쁜 얘기나 해 보렵니다. 우리에겐 리그 최고의 GPA 서튼 선수가 있습니다. 홈/원정 기록 차이는 지난 번에 언급했으니 넘어가고 포지션 얘기를 해보자면, 좌익수일 때 .338, 지명일 때 .337을 기록했습니다. 1루수일 때 .285로 다소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준수한 기록이죠. 후반기에 타율을 많이 까먹긴 했습니다만, 전반기와 후반기의 GPA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후반기에 1리 정도 높습니다. (.335 / .336) 내년에도 수원 구장을 홈으로 쓰는 것 잊지 마시길.


8. 기아 타이거즈



이종범, 장성호 선수가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것,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야 코너를 거의 반반씩 뛰었던 이용규 선수의 경우 좌익수로 출장했을 때 .249의 GPA를 기록 우익수로 경기에 나섰을 때보다 17포인트 정도 높은 기록을 보였습니다. 도루도 네 개가 더 많은 15개였습니다. 전반기엔 .231, 후반기엔 .256. 25포인트나 향상된 만큼, 앞으로도 이좀범 선수의 뒤를 잇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합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한번 타순을 짜 봤습니다. 별 고민 없이(-_-),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주장하는 대로 GPA 순으로 정렬했음을 밝힙니다. 물론 GPA 순과 거의 유사하게 타순을 짰던 팀이 국내 리그에도 한 팀 있었고, 그 성적은 -_-; 그래도 제가 타순 짜보겠다고 설치는 것보다 나을 터이니 ^^;



2, 3번이 차이가 크네요. 3번은 알려진 대로 중요하고, 2번 역시 중요합니다. 귀팀의 2번 타자는 안녕하신지 어제 확인해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_-v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 가, 이 결과를 토대로 Box-Whisker 그래프를 한번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Box-Whisker 그래프에 대한 설명은, http://argyll.epsb.ca/jreed/math9/strand4/boxNwhisker.htm 를 참고해 주세요.



유격수 자리가 막상막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팀의 유격수들만 한번 모아서 그래프를 그려 봤습니다.



팀의 성적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바일까요? ^^ 팀의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공격이 되는 유격수를 구하라. 맞는 말일까요? 이 질문을 남긴 채 글을 마칠까 합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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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죽어라 "꽃피는 봄이 오면"만 들으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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