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실 요즘 왼쪽 다리게 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라서 어디 나다니지를 못합니다. 얼마 전에 야구하다가 우중간 깊숙이 날라오는 홈런성 타구를 펜스를 타고 올라가 가로챘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타구가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2루 주자는 이미 홈에 거의 다 간 상태였습니다. 그리다 타구가 잡힌 걸 알고 서둘러 2루로 돌아오고 있더라구요. 그 주자마저 잡기 위해 전력 송구를 시도 했는데, 왼쪽 발을 너무 세게 딛는 바람에 발등에 금이 가 버렸습니다. 물론 레이저빔 같은 저의 송구는 안타깝게도 3루 관중석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수비가 너무 좋아도 탈인가 봅니다.


이렇게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냥 괜히 길거리 잘 걷다가 남의 발등을 제 발로 밟는 바람에 발등에 금이 가버렸습니다. 참 세상 불공평하죠, 제가 밟고 제가 다치다뇨 -_- 게다가 게임패드마저 고장난 상태라, 이럴 때면 집에서 혼자 열심히 즐기던 MVP Baseball마저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왼쪽 아날로그 스틱이, 이젠 하도 해서 헐거워진 건지 ↓ 방향으로 작동이 전혀 안 됩니다. 자연스레 낮은 쪽 공을 던질 수가 없으니, 쭉쭉 맞아 나가기 일쑤고, 블루퍼를 잡으려고 대쉬할 수도 없으니, 재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컴퓨터로 무얼할까 궁리하다가 다시 엑셀이랑 놀아주는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어제 새벽에 만들어 놓은 에이스 랭킹(?)을 다시 한번 쳐다 봤습니다. 배영수 선수와 손민한 선수, 달랑 1점 차이. 그리고 원래 기준이라고 생각했던 ERA, WHIP, K/BB, K/9, HR/9, W만 놓고 보면 둘이 112점으로 동점이더라구요. 꼭 누군가 리그를 대표하는 한명의 에이스가 존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와 전혀 상관없는 괜한 경쟁심으로 한번 둘의 우위를 가려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한번 DIPS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미친 거죠 -_-)


혹시라도 DIPS에 대해 모르는 분이 계실까봐 설명드리자면, DIPS는 Voros McCracken이라는 사람이 고안해 낸 투수력 측정 지표입니다. 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s의 약자로서, 사실 우리가 투수의 능력이라고 믿는 많은 부분이, 사실은 팀의 수비력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는 의심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다소 황당한 혹은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이러한 가정을 근거로 투수의 각종 기록치를 재구성, 순수한 투수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록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은 저도 자세히 모르는지라 -_-


먼저, 이번 시즌 현재까지 두 투수 기록을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우선 주목할 만한 건, 손민한 선수가 10승으로 다승 1위, 그리고 배영수 선수가 1.87로 방어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기록들은 엎치락뒤치락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두 선수 모두, 비록 1개 씩이지만 고의사구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습니다. 어제 일일이 기록지를 찾아볼 때 어떤 선수에게 내준건지 적어둘 걸 그랬다는 후회가 지금에서야 드네요 -_-)


그럼 현재까지 이 기록을 바탕으로 두 투수의 DIPS 스탯을 한번 구해보겠습니다.

1) 볼넷수

먼저 볼넷으로 시작합니다. 시작은 볼넷에서 고의사구를 뺴는 것. 그리고 그 수치를 (BFP - HP - IBB)로 나눠줍니다. DIPS는 수비적인 환경을 제외한 투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그럼 점에서 먼저 볼넷과 사구를 포함한 사사구는 투수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확인 및 검증 후 그러한 수치를 상황에서 제외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손민한 : (18-1)/(352-1-1) = 0.0486
배영수 : (20-1)/(354-6-1) = 0.0548

여기에 파크팩터를 적용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걸 설명드리자면, 모든 상황적 요소를 고려한 상태에서 투수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파크팩터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사용한 파크팩터는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홈/원정별 기록을 근거로 산출했습니다.)

손민한 : 0.0486×0.8995 = 0.0437
배영수 : 0.0548×0.9548 = 0.0523

이렇게 나온 수치에 다시 (BFP - HP - IBB)를 곱해서 환원하고, 여기에 고의사구 발생빈도인 리그 전체 TBB/(TBB-IBB)를 곱해줍니다. 현재까지 국내 리그에서 이 수치는 1.04381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리그 전체의 기록과 관련된 사항은 별님의 자료를 근거로 산출했습니다. 별님 쪽지를 통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손민한 : 0.0437×(352-1-1)×1.04381 ≒ 17
배영수 : 0.0523×(354-6-1)×1.04381 ≒ 19

따라서 현재까지 DIPS는




2) 이번에는 삼진수를 구합니다.

간단합니다. 투수의 총삼진수를 DIPS(BFP-HP-TBB)로 나눕니다. (이제부터 분의 변화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손민한 : 62/(352-1-17) = 0.19
배영수 : 74/(354-6-19) = 0.22


이 수치에 1)에서와 마찬가지로 파크팩터를 적용하면 ;


손민한 : 0.19×0.9255 = 0.17
배영수 : 0.22×1.1029 = 0.23


다시 DIPS(BFP-HP-TBB)를 곱해 환원합니다.

손민한 : 0.17×(352-1-17) ≒ 57
배영수 : 0.23×(354-6-19) ≒ 76




3) 자, 그럼 이제 피홈런입니다.

이번에는 피홈런수를 DIPS (BFP-HP-TBB-SO)로 나눕니다. (분모 뒤에 하나씩 상황이 줄어 분모 크기가 작아집니다. 이미 확인한 가능성만큼씩 줄여가는 작업인 거죠. 즉, 투수가 통제 가능한 영역들을 하나씩 제외시켜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손민한 : 7/(352-1-17-57) = 0.03
배영수 : 3/(354-6-19-76) = 0.01


역시 파크팩터


손민한 : 0.03×0.7775 = 0.02
배영수 : 0.01×0.9545 = 0.01


다시 DIPS (BFP-HP-TBB-SO)를 곱해준다는 거 이제 아시겠죠?


손민한 : 0.02×(352-1-17-57) ≒ 5
배영수 : 0.01×(354-6-19-76) ≒ 3


현재까지 DIPS입니다.



이제 여기부터는 리그 평균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마찬가지로 별님 자료를 근거로 산출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DIPS (BFP-HP-TBB-SO-HR)라는 수치가 자주 등장합니다. 위에서 검증한 가능성 영역을 근거로 접근해 보는 작업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피안타를 계산할 수 있게 먼저 리그 전체 (H-HR)/(BFP-HP-TBB-SO-HR)를 구해 보겠습니다. 현재까지 리그 평균은 0.312548입니다. 그럼 투수는 자신이 상대한 타자들에 대해 몸에 맞는 공, 볼넷, 삼진, 그리고 홈런을 제외하고는 0.312548만큼 안타를 맞는 셈이 되겠습니다. 두 투수도 마찬가지겠죠. 리그 평균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더 이상 파크팩터를 적용하지도 않습니다.


손민한 : (352-1-17-57-5)×0.312548 ≒ 85

배영수 : (354-6-19-76-3)×0.312548 ≒ 78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여기에는 홈런이 빠져 있습니다. 따라서 홈런수를 더하면 총피안타 개수 완성입니다. (홈런을 맞는 건 순전히 투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손민한 : 85+5 = 90

배영수 : 78+3 = 81


자, 한번 더 정리 들어갑니다.



5) 이번에는 투구이닝입니다. 먼저 아웃 카운트를 구해 봅니다. 삼진 아웃은 이미 위에서 계산에 포함했기 때문에, 삼진을 제외한 다른 이닝 카운트를 같은 분모로 나눕니다. 마찬가지로 리그 평균에 대한 얘기입니다.


먼저 리그 평균을 구합니다. ((IP*3)-SO)/(BFP-HP-TBB-SO-HR) = 0.668592


이제 각 선수 기록에 리그 평균을 곱해주면 됩니다.


손민한 : (352-1-17-57-5)×0.668592 ≒ 181

배영수 : (354-6-19-76-3)×0.668592 ≒ 168


이건 삼진을 제외한 아웃 카운트가 되는 거겠죠? 삼진으로 잡은 아웃카운트가 빠졌으니까 이를 더합니다. 그리고 3으로 나누면 투구 이닝이 됩니다.


손민한 : (181+57)/3 ≒ 79.6

배영수 : (168+76)/3 ≒ 81


다시, 여기까지 정리




6) 이제 자책점을 구해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XR을 활용해 리그 평균을 구합니다. 그런데 이때 XR에는 SB와 CS가 빠져 있습니다. 이는 DIPS라는 기록 특성에 기인합니다. 도루와 도루자는 투구와 관계된 게 아니라는 가정이 밑바탕에 깔린 것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 XR을 산출해 냅니다.


(1B×0.5)+(2B×0.72)+(3B×1.04)+(HR×1.44)+((TBB+HP)×0.33)-((BFP-H-TBB-HP)×0.098)


이번 시즌 현재까지 국내 리그 XR은 2265.746입니다. 이제 총차잭을 이 수치로 나누어 줍니다. 그럼 0.894187이라는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숫자를 근거로 DIPS ER을 산출해 보겠습니다. 이 수치에 투수 XR을 곱하면 자책점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투수을 XR을 계산하기 위해 리그 전체 2루타와 3루타 비율을 구해줍니다. 


2루타 : 686/(4148-432) = 0.184607

3루타 : 59/(4148-432) = 0.015877


그래서 각각 손민한 선수와 배영수 선수의 2루타는


손민한 : (90-5)×0.184607 ≒ 16

배영수 : (81-3)×0.184607 ≒ 14


3루타는


손민한 : (90-5)×0.015877 ≒ 1

배영수 : (81-3)×0.015877 ≒ 1


이제 투수 개개인의 XR을 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손민한 : (68×0.5)+(16×0.72)+(1×1.04)+(5×1.44)+((17+1)×0.33)-((352-90-17-1)×0.098) = 36.5

배영수 : (60×0.5)+(14×0.72)+(1×1.04)+(3×1.44)+((19+6)×0.33)-((354-78-19-6)×0.098) = 31.1


그럼 자책점을 구할 수 있습니다.


손민한 : 36.5×0.894187 ≒ 33
배영수 : 31.1×0.894187 ≒ 28




7) 방어율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죠?


8) 이제 피타고라스 승률을 활용해서 투수의 승률을 알아보겠습니다. 리그 평균 방어율은 5.03입니다.


손민한 : (5.03^1.83)/((5.03^1.83)+(R2^1.83)) = 0.637

배영수 : (5.03^1.83)/((5.03^1.83)+(R3^1.83)) = 0.710


이번 시즌 현재까지 국내 리그에서는 3627이닝 동안 승/패 기록이 482번 있었습니다. 이는 0.132892의 수치를 갖습니다.


따라서 승/패 기록을 갖는 경우 = 0.132892 × 이닝수 ㅡ ⓐ


손민한 : 79.6×0.132892 ≒ 12

배영수 : 81×0.132892 ≒ 11


그럼 승률에 따른 승수


손민한 : 12×0.637 ≒ 8

배영수 : 11×0.710 ≒ 8


패수는 ⓐ에서 승수를 빼면 되니까

손민한 : 12-8=4

배영수 : 11-8=3


이제 DIPS를 총정리하면


한번 원래 기록과 비교해 보세요.



안타수가 확 줄어드는 게 두 팀 모두 뛰어난 수비진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직을 홈으로 쓰는 손민한 선수가 오히려 많은 홈런을 맞았다는 건 좀 뜻밖이네요. 방어율도 마찬가지로 수비덕을 본다고 할 수 있겠죠. DIPS를 역으로 생각하면, 두 팀이 수비에 있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시즌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도 그리고 표본 양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직 우열을 가리기엔 충분치가 못합니다. 


그래도 어쩐지 이렇게 보고 나니, 배영수 선수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처음부터 우위를 가리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배영수 선수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DIPS 결과 승수가 같아지고 나니 더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록에서는 배영수 선수가 다소 우위인 게 사실인가 봅니다.


하지만 기록은 많은 걸 말해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죠? 기록의 맹점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 안 드린대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연패를 끊는다는 게 뭔지 사실 전 손민한 선수를 보고 많이 느꼈으니까요. 연패의 와중에도 비록 ND로 그쳤지만 호투를 보여줬고, 또 기나긴 연패를 끊어준 장본인도 바로 손민한 선수였으니까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냥 재미로 보세요. 재미가 있기엔 넘 길고, 따분하죠 -_- 그래도 덕분에 제 처지에선 시간 잘 가고 좋았습니다 ㅡ,.ㅡ



댓글, 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