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저 매주 올리듯 타자 파워랭킹을 올렸을 뿐인데, 김재현 선수가 1위를 차지한 게 반가우셨던지, MVP로 김재현 선수를 추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MVP는 손민한 선수를 꼽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그렇게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한 데다, 팀 성적까지 치고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관계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서튼 선수야 말로 MVP급 활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가 MVP를 탄 사례는 1998년의 우즈 선수뿐이고, 그 역시 외국인 선수 도입 첫해 장종훈 선수의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넘어서 세운 것이니만큼, 리그 전체에 파급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보자면 올해 서튼 선수의 포스는 다소 약한 편인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역대 MVP 수상 양상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는 어떤 선수가 가장 MVP에 근접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번 역대 MVP 수상자를 보시겠습니다.
원년의 MVP 불사조 박철순 선수를 비롯해, 작년의 CMB 배영수 군까지, 논란의 소지가 있던 시즌도 있었고, 만장일치로 저 선수야, 했던 시즌도 있었겠지만, 공식적으로 가장 가치있는 선수라고 인정받은 선수들의 목록입니다. 확실히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의 목록인 것만큼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국내엔 최우수 투수에게 주는 특정 상이 없는 관계로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선정됐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배영수 선수, 구대성 선수의 MVP 수상 이후 7시즌 동안 연속으로 타자에게 주어지던 MVP를 거머쥐었다는 점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조속히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따지 않더라도 혹은 국내야구 도입 초창기에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투수의 이름을 따서라도, '이영민 타격상' 같은 최우수 투수에게 수여하는 상이 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소속팀 별로, 몇 명의 MVP를 배출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전통의 명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무려 9번이나 MVP를 배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승엽 선수는 MVP를 무려 5번이나 차지하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삼성 소속의 MVP로는 1983 시즌의 이만수 선수, 1987 시즌의 장효조 선수, 1993 시즌의 김성래 선수, 1997시즌 이후 네 차례의 이승엽 선수, 그리고 작년의 배영수 선수 등이 있습니다.
이어서 가장 많은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태/기아 라인에서 6명의 MVP를 배출했습니다. 현 삼성 선동열 감독 역시 현역 시절 세 차례 MVP를 거머쥐며, 국보급 투수로서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1985, 1988 시즌 김성한 현 군산상고 감독, 1986 시즌 이후 두 차례의 선동열 삼성 감독, 그리고 1994 시즌 이종범 선수 등이 바로 해태가 배출해 낸 정규리그 MVP 수상자들의 면면입니다.
다음으로는 OB/두산 라인과 빙그레/한화 라인에서 각각 3명씩의 MVP를 배출했습니다. 원년 MVP 불사조 박철순, 1995시즌의 터미네이터 김상호 선수, 그리고 1998시즌 흑곰 우즈 선수가 OB 팀 소속으로 MVP를 차지했습니다. 팀명이 두산으로 바뀐 이후, 아직까지 MVP가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한편, 빙그레/한화의 경우 1991-1992 시즌의 장종훈 선수는 빙그레라는 팀명으로, 이후 1996시즌에는 구대성 선수가 한화라는 이름으로 MVP를 차지했습니다. (한화로 바뀐지가 이렇게 오래 됐나요? -_-)
그리고 롯데와 현대에서는 1984 시즌 최동원 선수, 그리고 1998 시즌 박경완 선수가 각각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LG와 SK에서는 아직 정규리그 MVP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23시즌이 지났지만, 중복 수상 등으로 현재까지 국내 리그에서 MVP를 수상한 선수는 도합 1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번 그래프로 확인해 보세요 ^^;
만약, 이번 시즌에 김재현 선수가 MVP를 차지하게 된다면, MBC/LG 라인만이 MVP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구단으로 남게 되겠네요. 하지만, 김재현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MVP로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 않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찜찜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포지션 문제입니다. 그럼 포지션별 MVP 수상 현황을 보시겠습니다. ;
(해당 년도 골든 글러브 수상 포지션에 따른 분류입니다.)
DH로 MVP를 차지한 선수는, 1991년의 장종훈 선수가 유일합니다. 그 해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 하지만, 올 시즌 현재 김재현 선수가 그 정도 리그 전체를 뒤흔들 만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수비에서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장 가치있다고 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치있는 타자일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뛰어난 선수는 아니라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그리고 많은 타격 스탯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홈런 부분에서는 서튼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23 시즌 동안 국내 리그에서 MVP를 수상한 선수의 91.3%는 홈런왕 아니면 다승왕 출신이었습니다.
홈런왕, 다승왕이 아니면서 MVP를 수상한 경우는, 1987 시즌의 장효조 선수와 1994 시즌의 이종범 선수뿐입니다. 1987 시즌 장효조 선수는 .387, 1994 시즌 이종범 선수는 .393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리그를 압도할 만한 타격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서튼 선수의 홈런이나 손민한 선수의 다승 기록이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튼 선수는 외국인 선수라 논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이외에도, 나머지 두 선수는 팀 성적에 의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 순위별 MVP 배출 결과를 보겠습니다.
(한국 시리즈까지 치른 최종 순위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포스트 시즌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가을에 야구하지 않는 팀에서 MVP가 배출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김재현 선수가 서튼, 손민한 선수보다 확실히 우위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투표는 기자들이 하는 것이고, 시즌이 끝나봐야 확실히 알게 되겠습니다만, 서튼 선수가 50개 정도 홈런을 날리지 않는 이상, 작년 브룸바 선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MVP는 힘들 것 같고, 손민한 선수 역시 20승이 MVP로 가는 기준점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전에 팀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기에, 어쩔 수 없이 서튼 선수에게 미련이 남지만, 그대로 김재현 선수, 꼭 분발해서 MVP 거머쥐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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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국내 리그에서는 신인왕 출신이 MVP를 탄 사례가 한번도 없더라구요. 가장 근접한 선수가 김태균 선수인 것 같은데, 한번 타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