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송 회장님의 1800K 달성 기념으로, 지난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서 삼진과 관련된 기록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엑셀 양과 의기투합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자칫 누가 최고의 탈삼진왕인가 하는 논의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최고를 가리는 작업은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자칫 매우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안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이틀간 대한민국 삼진의 역사는 엑셀 양의 가슴 깊숙이 남겨져 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법. 결국, 엑셀양은 울컥울컥 자신의 가슴 속에만 담아 두고 있기 버거운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남아일언중천금, 일구이언이부지자,라 했으니 차마 모든 이야기를 꺼내도록 가만 내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엑셀 양의 말을 막기 위해 그녀의 입술을 덮쳤으나 이미 10년간의 기록은 흘러나온 뒤였습니다. 그리고 한번 쏟아낸 말은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여기 지난 10년간 리그의 삼진 추이를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난 10년간, 시즌별 탈삼진왕의 명단과 삼진수입니다.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래프로 그려보면 ;



어쩔 수 없이 '96시즌과 '01시즌 200+ 기록에 눈이 갑니다. MLB에서야 300 탈삼진 기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지만, 국내 리그에서 200 탈삼진 기록 역시 마찬가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굉장한 기록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단일 시즌 최다 삼진 기록은 '84년 최동원 선수가 기록한 223개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각 시즌 별 9이닝당 평균 삼진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번 그래프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평균 삼진수는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10년전과 비교해, 결코 줄어들지 않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경기당 평균 볼넷 개수와 비교해 보면, k/9 수치가 크게 늘어난 '02년에는 자연스레(?) 경기당 평균 볼넷 수치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01년 4.15개, '02년 3.21개) 그래프까지 붙여 드리고 싶지만, 갑자기 너무도 귀찮아져서 -_- 대개 삼진과 비슷한 추이로 그래프가 진행됩니다담, 유독 '02년에만 삼진은 늘고 볼넷은 줄어듭니다.) 하필, 월드컵에 미쳐 프로야구를 등한시했던 시기라 ^^;

이제 그럼 삼진의 상징적인 의미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닥터 K의 이미지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분히 Dr. K = Ace라는 이미지를 갖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Master 유형의 에이스도 엄연히 존재하게 마련입니다만, 아무래도 파이어볼러들처럼 팬들의 시선을 한번에 화악 집중시킬 수는 없죠. 야수의 도움 없이, 투수의 힘만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게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럼 어느 정도 삼진을 잡아야, Dr. K 소리를 들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그 기준을 한 시즌 100개로 잡았습니다. k/9가 7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규정이닝을 던졌다고 감안하면, 이 정도 수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각 시즌 별로 100 삼진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의 숫자입니다.



k/9 수치가 크게 증가했던 2002 시즌, 역시 20명의 투수가 100 탈삼진 이상을 기록하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2002년은 이래저래, 삼진 부문에 있어선 주목할 만한 시즌이라 하겠습니다.

투수의 삼진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타자의 기록은 무엇이 있을까요? MLB의 스탯 전문가 빌 제임스에 의하면, 삼진을 많이 당하는 타자는 일반적으로 볼넷도 많이 얻어내고, 홈런도 더 많이 기록한다, 고 합니다. 그럴 듯한 얘기죠. 공을 많이 보는 버릇이 있으면 볼넷도 늘어나게 마련이고, 홈런을 치려고 스윙을 크게 가져가다 보면, 넘어가는 공도 많아지게 마련이죠. 볼넷 수치는 아까 비교해 드렸으니, 이번엔 한번 홈런을 알아보겠습니다. 실제로 2002년에는 경기당 홈런수에서도 최근 5년간 최고 수치가 기록됩니다.



'99, '00 두 시즌 역시 k/9 수치가 높은 만큼, HR/G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빌 제임스 말이 틀린 건 아닌가 봅니다, 쿨럭. 상관관계 같은 것까지 구해달라실 분은 안 계시죠? -_-

자, 이어서 각 시즌별 k/9 최고치 추이를 알아보겠습니다.



'96, '97 연속으로 무려 9이닝 당 11개 이상의 탈삼진을 올린 선수가 있습니다. 누구실지 예상이 가십니까? 바로 다이성 쿠 선수입니다. 한편, '95년에 k/9에서 11+ 기록을 보이신 분은, 현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맡고 계신 그 분입니다.

다음은 최근 10년간 k/9에서 9+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의 명단입니다. 이는 이닝당 한 개가 넘는 삼진을 잡아주는, 정말 Dr. K라 불린대도 손색이 전혀 없을 선수들의 명단이죠.



5위 안에 구대성 선수가 세 번이나 들어있다는 ^^; 그 나머지 Spot을 SUN 감독과, 락커님께서 채워주고 계십니다.

이번에 알아볼 것은, 해당 시즌 상대한 총 타자 가운데 몇 %나 삼진으로 돌려 세웠나 하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아 삼진 먹겠네, 이런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게 되겠죠.



역시나 이 부분에 있어선 SUN 감독의 명성이 ^^; 사실 타자들을 삼진의 공포(?)에 떨게 하는 건, 어쩌면 이 수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걸 얘기할 때 빼놓아야 할 사람임으로 패스.

자, 이렇게 서로 다른 시즌을 비교해 볼 때, 무조건 누구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그가 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이건 이제 뭐 상식 같은 얘기죠. 그래서 ERA+를 구하는 방식으로,(개인 K/9 ÷ 리그 k/9) 각 투수들의 K/9 수치(K+)를 한번 환산해 봤습니다. 아래 표는 150이상을 기록한 선수 명단입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패스해도 괜찮을 선수들이고, 6위에 오른 엄정욱 선수에 주목할 만 하겠죠? ^^

어떤 투수들은 상대하는 높은 비율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 세웁니다. 또 어떤 선수들은 개수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치를 올리기도 하죠. 단순하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A. 선수

선두 타자 및 연속 볼넷으로 무사만루 ; 상대타자 3
삼진 ; 상대타자 4
병살타 ; 상대타자 5

B. 선수

선두 타자 외야 플라이 ; 상대타자 1
두 번째 타자 유격수 땅볼 ; 상대타자 2
마지막 타자 삼진 ; 상대타자 3

A선수와 B선수 모두, k/9는 9를 보입니다. 하지만 상대타자 삼진율 (K%)에 있어선 20%와 33%로 차이를 보이죠. 두 선수 가운데 어느 선수가 더 효율적인, 그리고 압도적인 삼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 기준에는 B입니다. k/9와 K%를 곱하면, 180 對 297로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걸 기준으로 한번, 선수들의 KP(K Points)를 구해봤습니다. k/9를 ERA+ 계산법으로 환산한 K+, 그리고 K%의 곱이, 바로 KP가 되겠습니다.

다음은 1995년부터 한 시즌 탈삼진 100개 이상을 기록한, 159명의 선수 가운데, 상위 21위까지 KP 수치입니다. (20위까지 구하려고 했으나 21위도 구대성 선수라서 ^^;)



이상을 종합해 고려할 때, 삼진 부분에서 가장 도미넌트했던 선수는 '95시즌의 그분이었습니다. 이런 논의에선 언제나 빠지시는 분임으로 패스. 그 외의 여러 가지 수치들을 고려해봤을 땐, 역시나 구대성 선수가 지난 10년간 가장 뛰어난 Dr. K였다고 결론짓겠습니다.

'95년부터 일본 진출 전인 '00시즌까지 구대성 선수의 누적 기록입니다.



참고로, 1800K를 달성하신 송 회장님의 KP 기록입니다.



이상, 지난 10년간의 삼진 정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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