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메트리션이라는 괴짜들이 등장한 이후 타율은 늘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물론 타율은 허점 많은 기록이다. 타율은 최근 타자 평가 때 일반적으로 쓰게 된 출루 능력이나 장타 생산력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그래서 타율 1위를 타격왕이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OPS를 계산할 때도 타율은 두 번이나 들어간다. 가장 일반적인 출루 형태는 안타고, 안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 역시 단타다.
게다가 볼넷은 타수를 줄인다. 타수가 줄면 똑같은 숫자로 안타를 때려도 타율이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볼넷이 많다는 건 거포라는 증거다.
R제곱값 0.7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이렇게 보면 타율은 세이버메트리션들 주장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셈이 된다. 역대 타격왕에 오른 선수들 기록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26년간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들은 평균 .351/.437/.554를 때렸다. GPA로 환산했을 때 .335에 해당하는 기록, 이는 역대 리그 평균(.248)보다 87 포인트나 높다. GPA는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다.
또 타격왕의 평균 IsoP는 .204나 된다. 타격왕은 '똑딱이'라는 편견을 항상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타격왕은 좋은 타자의 필요조건이다.
홈런왕과 견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역대 홈런왕은 .305/.407/.594를 때렸다. GPA 환산치 .332는 근소한 차이지만 타격왕보다 떨어진다. 타석당 RC 역시 마찬지다. 타격왕은 타석당 약 .199점을 생산해 낸다. 홈런왕은 .196점이다.
타율을 절대 기준으로 타자들을 줄 세우는 것은 당연히 바보 같은 짓이다. 만약 비율 스탯 하나를 기준으로 줄을 세워야 한다면 GPA 1위에게 타격왕 호칭이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타율 1위인 선수가 GPA와 득점 생산에서 모두 홈런왕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타격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한대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기준 하나로 줄을 세운다는 건 여전히 어리석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