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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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동규는 흔히 '흑마구(黑魔球)'의 후계자로 불린다.

임동규의 최고 구속은 130km/h 중반. 하지만 거의 회전 없이 들어오는 그의 '포크볼'을 공략하기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못 된다. 마음 먹고 던진 그의 포크볼은 포수들이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시즌 임동규는 이 포크볼을 앞세워 8승 7패의 성적을 거뒀다. 얼핏 평범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선발진의 한 자리가 구멍 난 지난 해 삼성 마운드를 생각할 때 그의 활약을 알토란급이었다.

하지만 구위 자체가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니 '홈런 공장장'이라는 오명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피홈런 20개는 전체 1위. 9이닝 기준으로 환산할 때 1.30개에 달하는 위험한 수치였다.

그리고 올해도 명성(?)은 계속됐다. 현재까지 임동규의 피홈런은 10개다. 물론 이는 이 부문 1위 전준호보다 7개가 적은 수치.

하지만 올해 임동규는 60⅓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 결과 9이닝당 홈런 허용 개수는 전준호(1.52개)와 임동규(1.49개) 사이에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역시나 임동규는 홈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임동규의 피홈런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반결할 수 있다. 전체 피홈런 10개 가운데 6개가 상대 타자의 시즌 첫 번째 홈런이라는 점이다. 롯데 페레즈만 임동규를 상대로 첫 번째 홈런을 터트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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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임동규로부터 시즌 첫 번째 홈런을 빼앗은 타자들

물론 이런 일은 우연의 결과다. 하지만 홈런 가뭄에 시달리던 상대 타자에게 '마수걸이' 홈런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을 터. 이 선수들에게는 임동규가 구세주처럼 보이지는 않았을지.

하지만 평균 자책점 5.97에 머물러 있는 임동규에게는 그리 달가울 게 없는 일. 홈런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에게 <홈런 0>은 분명 반가운 신호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선수들에게 내준 홈런이 임동규에게는 더욱 뼈아프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임동규는 임대 선수 형식으로 중국 리그에서 뛴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남다른 선수라는 뜻이다. 임동규가 '포크볼의 제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홈런 공포'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상대 타자에게 시즌 첫 번째 홈런을 내주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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