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김수경 선발 카드는 다소 불안했다. 지난 해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더러 올해 2군 성적 역시 별로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구위가 그리 뛰어난 편이라 보기 어려웠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구위 자체가 가벼운 듯한 인상이 들었다. LG 타자들 역시 대다수가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타석에 임했다.
그리고 첫 실점, 사실 3루타로 기록이 되기는 했지만 1히트 1에러를 줘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곧잘 언급하지만 잘 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단점이 드러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택근의 외야 수비다. 크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타구 판단 미스로 장타를 허용하고 실점을 내줘도 상관없지만 박빙에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최근처럼 방망이도 시들해진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대 타선은 유한준의 희생 플라이로 곧바로 동점을 이끌어 냈다. 무사에서 볼넷으로 송지만이 출루한 이후 이숭용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유한준의 희생 플라이가 터진 것이다. 모든 움직임이 유기적이었지만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볼넷을 이끌어내고 득점에도 성공한 송지만을 칭찬해 주고 싶다.
지난 번에 지적했듯이 송지만은 이닝에 선두 타자로 나서거나 무사에서 뛰어난 출루율을 자랑한다. 라인업에 포진된 거의 모습 선수가 번트를 댈 수 있는 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선수를 3번에 포진시키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하는 주장을 펼친 적도 있다. 확률적으로 거의 모든 타순이 선두 타자로 나올 확률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1번 타자만이 예외다. 경기 시작에 무조건 선두 타자로 나서며 9번 타순에 가장 허약한 타자가 포진돼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모습은 8회 역전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도 그래도 적용됐다. 우규민의 공을 받아쳐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려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투수 교체와 안타, 희생번트, 고의사구가 연속해서 나왔고 결국 강병식의 거짓말 같은 만루홈런이 터졌다. 맞는 순간엔 그렇게 잘 맞았는 줄 몰랐으나 끝으로 갈수록 점점 뻗어나간 멋진 타구였다.
이 장면에서 LG의 이순철 감독은 거의 모든 타자마다 투수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LG 응원석에서도 탄식이 흘러 나왔고, 현대 응원석에서는 LG 바보~ LG 바보~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만루 홈런을 맞은 이후에는 더더욱 커졌다. 이 감독의 이런 선택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위의 그림은 각 플레이 상황이 갖는 중요도를 보여주는 Leverage Index를 그린 그래프다. 8회 현대 공격시에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LI가 나타난다. 유한준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의 찬스에서 정성훈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LI는 6.86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서 투수를 새로운 마무리 투수 카라이어로 바꾼 건 나쁠 게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김동수마저 깔끔히 처리하며 이 선택은 옳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결과론적으로 마무리투수가 대타에게 만루홈런을 얻어 맞은 게 잘못됐을 뿐, 그 과정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는 뜻이다. 분명 위급한 상황이었고, 좀더 뛰어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했던 상황이었다. 다만 투수들이 마운드에 내려가며 와 감독이 나를 못 믿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내려가게 만들었던 건 지적하고 싶다. 감독이 선수를 믿지 못하면, 선수들 역시 감독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 나사가 딱 맞물린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 LG 불펜이다.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캘러웨이와 서튼 모두 빠진 상태로 몇 경기를 치뤄야 한다. 내일 경기의 흐름에 따라 문학 원정에서의 팀 분위기도 좌우될 걸로 보인다. 요즘 대타로 나올 때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강병식 선수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강병식 선수, 정말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