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 맞다

홈런을 맞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배터리의 대비가 부족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구장도 아닌 사직에서 홈런을 맞은 건 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고 표현하는 게 옳다고 본다. 롯데 클런업 타자들이 너무 잘 친 날이었다.

하지만 5회는 좀 사정이 다르다. 손승락이 마이로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손인호의 안타도 가볍게 툭 밀어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두 개의 번트가 모두 안타로 연결됐다. 베이스까지 굴러가서도 파울 라인을 벗어나지 않은 타구는 재수가 없었다고 해야될까? 곧바로 시도한 희생번트를 결국 안타로 연결시켜 준 것도 마찬가지?

이 두 과정에서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게 아쉽다. 1사 2루는 물론, 1사 2/3루가 됐더라도 좀더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정수근이 때린 타구에 싹쓸이를 맞은 건 수비 위치 선정에서 예상했던 게 실제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이닝을 매조지하지 못하고 볼넷 그리고 홈런이었다. 그래서 이 지점이 아쉽다.

손승락은 한번에 무너진다. 지난 번엔 자신의 실수에 의해, 이번엔 홈런 한방에 급격하게 흔들렸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던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사직에서 4:0의 리드는 꽤 큰 격차다. 맞아 나가는 타구의 질도 예사롭지 않다. 슬라이더 하나로 버티기는 무리다.

황두성 또한 거의 매번 등판에서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스터프가 괜찮은 날은 로케이션이 문제고, 로케이션을 잡고자 들어간 공은 맞아 나가기 일쑤다. 확실히 작년의 황두성이 아니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믿고 등판시키기 힘든 구위라고 본다.

물론 타선이 놓친 찬스도 아쉽지만, 7점이나 뽑아냈으면 사실 할 만큼 해준 거다. 이렇게 결국 패했고, 오늘은 손민한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 참 길게 느껴지는 사직 원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