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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세이버메트릭스 전문 블로그 The Hardball Times의 David Gassko는 지난 11월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Nomar Garciaparra)>라는 제목의 컬럼을 썼다.  Gassko는 그 글에서 신인왕 출신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던 시절의 노마를 Nomah로 그 이후 부상을 겪으며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 노마를 Nomar로 표현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그의 표현을 따라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 같다. Nomah가 돌아왔다고 말이다. 최근 그의 모습은 확실히 또다른 전성기가 찾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오늘 현재까지 노마의 타격 라인은 .354/.416/.684로 전성기의 기록을 보는 것 같다. GPA .358의 뛰어난 타격 성적이다. 이는 통산 GPA .301보다도 47포인트나 높은 기록이다. 그것도 투수에게 유리한 다저 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면서 기록한 성적이라 더욱 인상적이다. 수치상으로도 그는 홈에서 .341/.429/.683의 타격 라인으로 GPA .362를 기록하며 오히려 다저 스타디움에서 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구장 효과를 반영하면 그의 GPA는 .382까지 좋아진다.

비록 그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하며 아직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적은 표본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최근 1주일간의 타격 기록이 .480/.519/1.000,  GPA .484에 달하고 있는 걸 보면 당분간 그의 상승세는 계속될 걸로 보인다. 1루 수비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Baseball Prospectus의 FRAA(Fielding Runs Above Average)는 -1을 기록 중이지만 공격력으로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덕분에 VORP(Value Over Replacement Level)에서도 13.4를 기록하며 다저스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이렇게 뛰어난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BB/K 기록이 좋아졌다. 그의 통산 BB/K는 0.67밖에 되지 않았다. 워낙 치는 걸 좋아하는 타자라 많은 수의 볼넷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그가 전체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비율은 6.43%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현재까지 10.1%다. 9.29%이던 삼진 비율 역시 5.62%로 줄었다. 아직 표본이 너무 적어서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타석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조금쯤 달라졌다는 징후로 볼 수 있는 기록이라 하겠다. 여전히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타석당 3.54개의 투구수는 데뷔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홈런 비율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그는 전체 플라이 타구의 17.2%를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고 있다. 이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20개 이상의 홈런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9개의 2루타 또한 굉장히 빠른 페이스다. 그 결과 순수한 장타력을 보여주는 ISO가 무려 .329에 달한다. 늘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처럼 '건강하기만 하다면' 노마는 확실히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력을 언제든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하는 코스를 노려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오른쪽에 제시된 표는 각 로케이션별 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바깥쪽과 높은쪽 영역에 두루 걸쳐 엄청난 고타율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프레이 히터로서의 명성이 자자한 노마에게 어울릴 법한 기록이다. 특히 중앙부로 들어온 공은 어느 높이건 가리지 않고 고타율이다.  타구 분포 역시 좌/중/우 모두 고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구장 전체를 폭넓게 이용하던 예전의 타격 스타일이 다시금 되살아 나고 있다. 이는 위에 언급한 컬럼에서 Nomah의 장점으로 언급된 내용이다.

현재까지 가르시아파라의 득점권 기록 또한 .370/.419/.667, GPA .355로 뛰어나다. 최근 때려낸 몇 개의 끝내기 안타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스타 기질마저 되살아나고 있다. 말하자면 분위기와 실력 그리고 운까지 현재 노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이 다시 한번 그의 발목을 잡지 않는 이상 우리는 Nomah의 재림을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서재응 역시 많은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재응을 위해서라도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응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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