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년 시즌 선발진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좀더 중요한 문제는 조쉬 베켓의 성장여부다. 현재의 계약은 확실히 오버페이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 베켓은 규정 이닝을 채운 83명 가운데 75위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제 아무리 펜웨이파크를 홈구장으로 쓴다고 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 기록이다.
또한 한 명 정도 FA 투수를 물어올 필요가 있다. 배리 지토나 제이슨 슈미트 등의 이름이 언급되지만 이 팀에 가장 필요한 투수는 어쩌면 데릭 로우일지도 모른다. 그는 확실히 위의 두 투수보다 싸다. 그러면서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 기록을 올려줄 것이다. 물론 꿈 같은 이야기다.
만약 팀 내에서 누군가를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면 매트 클레멘트 역시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상황이다. 만약 '07 시즌 출전이 가능하다면, 이 재앙에 가까운 계약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외부로 눈길을 돌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꼭 가니에가 아니더라도 분명 확실한 마무리 없이 불펜을 운영한다는 건 망상이다.
팀린과의 재계약에 앞서 그의 노쇠화는 한번쯤 걱정해봐야 할 수준이다. 매니 델카맨과 훌리안 타바레스는 쏠쏠한 불펜 자원이기는 하지만 특급 셋업맨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좌완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다. 확실히 불펜은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오프시즌 동안 불펜 투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
하지만 전혀 옵션이 없는 건 아니다. A-Rod의 트레이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라면 딜에 끼어도 나쁠 건 없다. 어차피 FA로 풀리는 알렉스 곤잘레스와의 계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만약 A-Rod를 얻어올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시장에 풀릴 선수들을 찾아봐야 한다. 올해 FA 가운데 가장 끌리는 대상은 단연 카를로스 리와 알폰소 소리아노다. 물론 이들이 라미레즈의 빈자리를 100% 매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현재 가능한 대안 가운데서는 최고다. 정말 매니 딜이 이뤄진다면 이 둘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알렉스 곤잘레스와는 별 다른 대안이 없다면 재계약을 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확실히 그만한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FA 시장에는 주목할 만한 유격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올랜도 카브레라를 다시 데려올 계획이 없다면, 그러니까 매니의 트레이드에 그가 연관되는 일이 없다면 내년에도 곤잘레스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겨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은 전반기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내재된 문제점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실제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잠재돼 있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바로 '06 레드삭스의 후반기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여전히 거의 해결된 게 없다.
물론 아무리 지갑을 열고 또 열어도 양키스를 따라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하는 단장에게 "천재" 칭호를 붙여줄 팬은 없다. 테오가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