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성적만으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특히 몇 년 째 해마다 시즌 초반의 성적을 후반으로 갈수록 깎아먹는 팀의 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레드삭스를 응원한다는 건 스스로 바보(idiot)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24 경기를 치른 현재, 16승 8패로 A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토론토(12승 12패)와는 4 경기차. 이는 팀 역사상 2위 팀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구 선두 기록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라면 확실히 바보짓을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불펜진의 선전이 고무적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스토브리그 내내 레드삭스는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불펜진의 도합 WPA는 1.98, 타선(1.42)과 선발진(0.98)을 제치고 가장 높은 기록이다. 파펠본(WPA 1.21)이 다시 마무리 투수를 맡으며 전체적인 짜임새가 안정된 결과다.
하지만 파펠본은 지난 시즌에도 이미 괴물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일이 순리대로 진행됐다면 그에게 '복귀'라는 낱말을 사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는 갑작스레 나타난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아니다. 그런 존재는 바로 일본에서 건너온 오카지마 히데키(岡島秀樹)다.
지난 시즌 레드삭스는 믿을 만한 불펜 좌완 요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오카지마 역시 마쓰카자의 그늘에 가려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 게다가 빅 리그 데뷔 전 초구에 홈런을 얻어맞으며 불안감을 안기기도 했던 오카지마.
하지만 오늘 현재까지 오카지마는 상대 타자를 .111/.179/.194로 꽁꽁 틀어막고 있다. K/9는 9.24, 그리고 그 말 많은 홈런이 4월에 그가 허용한 유일한 장타였다. 그 결과 오카지마의 PRC는 22로 토론토의 로이 할라데이와 함께 AL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WPA 역시 0.61로 파펠본에 이어 팀 내 구원투수 2위다.
마쓰자카의 PRC는 15, WPA는 0.10이다. 현재까지 개인 실력이나 팀 공헌도 모두 오카지마가 더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것도 작년 팀에서 가장 불안했던 요소를 말끔히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오카지마의 활약은 더더욱 의의가 깊다. 그것이 바로 잘 나가는 레드삭스의 원동력 1위로 오카지마를 꼽은 이유다.
더욱 고무적인 건 브렌던 도넬리 역시 애너하임 시절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BB/9는 3.00으로 다소 불안하지만, BABIP는 .134밖에 되지 않는다. 그 결과 WHIP 0.67로 상대 타자를 꽁꽁 틀어막고 있다. 파펠본을 향해 가는 과정이 좌우 모두 안정돼 있다는 얘기다.
건강이 계속 유지된다면, 보스턴 선발진의 무게감은 AL 동부지구 가운데 최정상에 가깝다. 그리고 불펜 역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태. 타격에서 매니의 부진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오티스․로웰의 생산력은 건재하다. 이 모든 게 레드삭스의 4월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제 문제는 이 모든 분위기가 과연 9월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더욱이 양키스가 극도의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올해야 말로 지구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계속해서 레드삭스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