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대학야구(NCAA 디비전 I)에 양손잡이 투수가 등장해 화제다. 주인공은 크레이턴 대학의 2학년생 구원 투수 팻 벤티트 주니어. 그는 어제 캔사스大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여섯 타자를 맞이해 오른손으로 세 타자, 왼손으로 세 타자에게 공을 던졌고 삼진도 각각 하나씩 뽑아냈다. 양쪽 손을 사용해 공을 던지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방어율을 살펴봐도 이는 마찬가지다. 오른손으로 던진 경우의 방어율이 2.36으로 왼손으로 던졌을 때의 2.92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원래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자면 더더욱 그렇다. 최고 구속에 있어서도 오른손(85마일)이 왼손(80마일)보다 빠르지만 왼손으로는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느린 구속을 만회한다. 오른손으로는 슬라이더 대신 커브를 던진다. 체인지업은 양손 모두를 사용해 던질 수 있다.

벤디트는 타자에게 투구를 시작하기 전 어느 팔을 사용해 공을 던질 것인지 미리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스위치 타자를 상대할 경우 코칭 스탭에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참조해 어느 쪽 팔을 사용해야 할지 일러준다. 글러브 역시 남들과 다르다. 엄지손가락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두 개 뚫린 그의 글러브는 일본의 미즈노社에서 특수 주문 제작하며, 개당 가격은 약 70만원에 달한다. 그는 7살 때부터 계속해서 이 글러브를 주문하고 있다.

사실 벤디트는 7살 이전에도 양손으로 투구했다. 그가 처음 양손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 건 세 살 때부터다. 집 뒷마당에서 아버지가 야구를 처음 가르쳐 주던 시절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양손잡이 투수가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굳힌 건 '95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그렉 해리스가 양손을 사용해 투구하는 걸 본 이후라고 한다. 해리스는 그해 9월 28일 경기에서 양손을 사용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감한 바 있다.

그렉 해리스 이외에도 1800년대에 활동했던 토니 뮬레인, 래리 로커런, 엘튼 챔벌레인 등이 양 손을 사용해 투구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들의 경우 글러브를 끼지 않은 채 공을 던졌고, 해리스는 벤디트와 같은 종류의 글러브를 끼우고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도 벤디트가 유일한 양손잡이 투수인 건 아니다. 같은 디비전I 소속 하버드 대학의 매트 브러닝 역시 양손잡이 투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까지 왼손으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양손잡이 투수로 주목받은 선수는 휘문中의 장영빈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그는 '80년대의 명투수 장호연의 아들이다. 그밖에도 두산의 백훈 역시 양손을 모두 사용해 투구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좌완 투수라 보는 편이 옳다. 오른손을 사용해 던지는 구위가 너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영빈 역시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가 정말 양손잡이 투수로 프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구위가 더 좋은 한쪽 팔만으로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손잡이 투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진귀한 존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그는 말 그대로 구경거리일 따름이다. 단지 신기함이 아닌 진짜 양손잡이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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