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크로스가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2006년 토리노 대회 여자 결선.
린지 제이커벨리스(37·미국)는 2위 타냐 프라이든(46·스위스)에 3초 앞선 상태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점프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결승선까지 43m 남은 상황에서 제이커밸리스는 올림픽 초대 챔피언 등극을 확신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점프 이후 보드 앞쪽을 잡고 좌우로 흔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세리머니를 시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이커벨리스는 뒤를 한 번 돌아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착지 실패 이후에도 위치 자체는 제이커벨리스가 앞선 상태였지만 속력을 모두 잃은 상황
결국 뒤에서 따라오던 프라이든 마지막 점프대 앞에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이커벨리스는 다 잡았던 금메달을 은메달로 바꿔야 했습니다.
제이커벨리스는 이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다섯 번 우승하고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23승을 거두는 등 이 종목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2010년 밴쿠버에서 5위, 2014년 소치에서 7위에 그치는 등 준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12년 만에 선수 네 명이 메달 세 개를 놓고 다투는 결선 무대를 밟았지만 0.003초 차이로 4위에 그쳤습니다.
그렇게 만 20세 182일에 올림픽 금메달을 코 앞에 두고 있던 제이커벨리스는 만 37세 174일이 되어서야 다시 올림픽 메달 도전 기회를 얻었습니다.
2022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 스노보드 전 종목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게 바로 제이커벨리스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몸을 바짝 낮춘 채 경기에 참여했습니다.
제이커벨리스는 9일 중국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장자커우(張家口) 원딩(雲頂)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에서 몸을 마짝 움크린 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제이커벨리스가 올림픽 스노보드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여자 선수 가운데도 제이커벨리스가 역대 최고령 입니다.
16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것도 미국 여자 선수로는 첫 기록입니다.
이 대회 미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제이커벨리스는 "16년 전에 금메달을 놓쳤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 금메달을 땄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2006년 결승전 이야기를 사람들이 계속한다. 그 덕에 내가 이 종목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이커벨리스는 또 "16년 전보다 선수들 기량이 아주 좋아졌는데 이렇게 우승해 더욱 의미가 있다"면서 기뻐했습니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과거 실수가 당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건 아니다. 이런 큰 무대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승자"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나이 따위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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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사흘이 지나 역대 최고령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금메달리스트 나이는 만 37세 177일로 늘었습니다.
케이커벨리스가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입니다.
단, 제이커벨리스와 함께 금메달을 딴 닉 바움가트너가 만 40세 57일이라 남녀 통합 최고령 자리에서는 내려왔습니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다양한 지형지물이자리한 코스 위에서 스노보더 네 명이 동시에 레이스를 벌이는 종목입니다.
올림픽에서는 예선을 통해 16강을 정한 뒤 네 명씩 조를 나눠 1, 2위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가립니다.
올림픽 코스는 길이 1050m(±150m), 표고차 130~250m, 평균 경사 12도(±2도)를 유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