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조 쓰요시 니혼햄 감독.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선수 겸 감독으로 이자리에 서게 돼 기쁩니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지휘봉을 잡게 된 신조 쓰요시(新庄剛志·49) 감독은 4일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시내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에 가와무라 고지(川村浩二·60) 구단 사장이 서둘러 "감독만 맡기기로 했습니다"라고 정정하자 취재 기자단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2006년 니혼햄에서 은퇴한 신조 감독은 2019년 11월 18일 자신을 임의탈퇴 명단에서 빼달라고 구단에 요청했습니다.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통해 다시 현역으로 복귀할 테니 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던 것.

 

결국 자유 계약 선수 신분을 얻은 그는 1년 준비를 거친 뒤 지난해 12월 7일 12구단 합동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습니다.

 

물론(?) 오라는 팀은 없었고 결국 그는 현역 복귀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신조 감독은 이 에피소드를 가지고 감독 취임 기자회견장에서 '드립'을 날린 겁니다.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조 쓰요시 니혼햄 감독.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니칸(日刊)스포츠에서 '포복절도의 취임회견'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날 취임 기자회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신조 감독은 현역 시절 니혼햄에서 달았던 등번호 1번을 다시 달고 팀을 지휘할 예정입니다.

 

그는 "1번은 주목받는 번호다. 일단 내가 달겠다"면서 "나를 감독이 아닌 '빅 보스'라고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전해 "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신조 감독은 "앞으로 얼굴은 바꾸지 않고 팀을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니혼햄은 이번 시즌 55승 20무 68패(승률 .447)로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5위에 그쳤습니다. 지난해에도 5위, 2019년에도 5위였습니다.

 

신조 감독은 "우승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선수도 전혀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신 "꾸준히 연습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를 치르면서 '오늘은 이겼다'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시즌을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조 감독은 "니혼햄 선수 얼굴과 이름은 전혀 모른다"면서 "그러나 니혼햄이 어떤 플레이를 해왔는지 알고 있다. 함께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선수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가끔 팬 투표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이다. 많은 투표 부탁드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임 제안을 받은 뒤 1초 만에 수락했다"는 신조 감독은 "사실 '내가 감독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감독이 된 순간 '할 수 있다',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감독 자리를 수락한 뒤 "프로야구의 존재의의는 그 동네가 사는 사람들 삶을 약간 채색하거나, 단조로운 생활을 약간 풍성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웃는 얼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도 "니혼햄을 세계 제일의 팀으로 만드는 게 감독으로서의 목표"라면서 "그러려면 팬들 힘이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미소를 조금씩 늘려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신 시절 신조 쓰요시.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신조 감독은 1990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5위로 한신(阪神)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91년부터 1군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한 그는 한신에서 10년 동안 .249/.307/.422, 145홈런, 518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원래 유격수였던 신조 감독은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바꾸면서 1993, 1994, 1996, 1997, 1998, 1999, 2000년 등 7차례에 걸쳐 골든 글로브를 받은 수준급 수비수로 거듭났습니다.

 

2000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신조 감독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결국 뉴욕 메츠에 입단합니다.

 

메츠에서 첫 해를 보낸 그는 트레이트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팀을 옮긴 뒤 2002년 1차전 때 동양인 타자 가운데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03년에는 다시 메츠로 돌아왔지만 62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듬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니혼햄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곤돌라를 타고 삿포로돔 천장에서 내려오고 있는 신조 쓰요시.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2004년은 니혼햄이 도쿄(東京)를 떠나 삿포로에 둥지를 틀었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신조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쓰고 연습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팬들 이목을 끌면서 팀이 삿포로에 연착륙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줬습니다.

 

그 중 백미는 친정팀 한신과 안방 교류전을 치른 2006년 6년 6일 지상에서 50m 위에 있는 천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그라운드로 내려온 것.

 

니혼햄은 2006년 일본시리즈 정상을 차지했고 신조 감독은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방송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어머니가 거액을 사기 당하는 바람에 돈을 벌여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현역 은퇴 후 프로야구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신조 감독에게 우려 가득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사실.

 

과연 신조 감독은 다시 한 번 니혼햄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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