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독일 대표 아니카 슐로이를 태운 채 고집을 부리고 있는 세인트 보이. 도쿄=로이터 뉴스1

'세인트 보이'가 결국 큰 일을 해내려나 봅니다.

 

세인트 보이는 2020 도쿄(東京) 올림픽 근대5종 대회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은 말(馬)입니다.

 

독일 대표 아니카 슐로이(31)는 '펜싱 + 수영' 중간 순위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면서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인트 보이가 경기 참가를 거부하면서 결국 최하위(31위)로 대회를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승마 경기에 참가 중인 한국 대표 전웅태. 도쿄=로이터 뉴스1

근대5종은 △펜싱(에페) △수영(200m 자유형) △승마(장애물) △사격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한 데 묶어서 진행하는 종목입니다.

 

(2009년부터는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따로 치르지 않고 '레이저 런'이라는 종목으로 통합해 진행합니다.)

 

문제는 올림픽 승마와 달리 자기 말을 타고 승마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근대5종 선수는 대신 경기 시작 20분 전에 자신이 타게 될 말과 첫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2020 도쿄(東京) 올림픽 홈페이지 캡처

모든 말이 말을 잘 들으면 좋겠지만 세인트 보이처럼 말을 듣지 않는 말이 나오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승마 종목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초에는 말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장애물 높이를 낮추고 점프 횟수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세인트 보이를 보고 UIPM이 느낀 위기감은 더 컸던 모양입니다.

 

독일 대표 아니카 슐로이를 태운 채 위용을 자랑하는 세인트 보이. 도쿄=로이터 뉴스1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UIPM 이사회가 근대5종에서 승마를 아예 빼기로 결정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그렇다고 승마를 빼는 대신 근대4종으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인사이드더게임즈는 UIPM에서 4일 승마 대체 종목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목에서 보신 것처럼) 사이클이 승마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도로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안나 키젠호퍼. 도쿄=ANP 스포트

정말 이렇게 된다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부터는 말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근대5종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사실 근대5종은 올림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종목입니다.

 

그러니 올림픽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사이클이 아니라 로봇이라도 타야 할 판입니다.

 

이미 2024년 파리 대회 때부터는 TV 중계를 많이 탈 수 있도록 5개 종목을 90분 안에 모두 소화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7년 뒤 근대5종 선수는 무엇을 타고 경기를 치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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