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기미야스(工藤公康·58)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감독이 자리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니칸(日刊)스포츠는 "구도 감독이 올 시즌을 마치는 대로 사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2015년부터 소프트뱅크 지휘봉을 잡은 구도 감독은 2019년 시즌 종료 후 2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면 구단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겁니다.
전임 아키야마 고지(秋山幸二·59) 감독은 2014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도 용퇴를 선택했습니다.
투병 중인 아내 곁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내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초짜 감독'으로 전년도 우승 팀 지휘봉을 넘겨 받았으면 부담이 되는 게 당연한 일.
그러나 선수 시절 '우승 청부사'로 통했던 구도 감독은 달랐습니다.
팀을 곧바로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것.
구도 감독은 29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총 11번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1999년에는 소프트뱅크 전신인 다이에 유니폼을 입고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기도 했습니다.
당시 다이에는 1964년 이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던 팀이었습니다.
구도 감독은 당시 1차전 선발로 나서 13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면서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1999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구도 감독은 요미우리(讀賣) 입단을 선택합니다.
당시 다이에 연고지 후쿠오카(富岡)에서 15만 명이 넘는 팬이 구도 감독 잔류를 요청하는 서명운동에 참가했습니다.
이에 구도 감독은 1500만 엔(당시 약 1억6600만 원)을 들여 일일이 사과 엽서를 보낸 뒤 요미우리로 향했습니다.
구도 감독이 입단한 요미우리는 6년 만에 2000년 일본시리즈 정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팀이 바로 다이에였습니다.
그는 대신 감독으로 후쿠오카에 돌아와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습니다.
부임 첫해 우승에 이어 2017~2020년에는 4년 연속 우승 기록까지 남겼습니다.
소프트뱅크를 맡은 뒤 6년 동안 5번 니혼이치(日本一) 자리를 차지한 겁니다.
구도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팀을 498승 21무 316패(승률 .612)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소프트뱅크는 9일 현재 53승 20무 59패(승률 .473)에 그치면서 퍼시픽리그 4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1경기를 남겨 놓고 3위 라쿠텐(樂天)과 6.5경기 차이라 순위를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
구도 감독이 팀을 맡은 뒤 소프트뱅크가 클래스B(리그 4~6위)로 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니칸스포츠는 "구단에서는 연임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구도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