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키움에 합류하게 된 러셀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뛰던 지난해 송구하는 모습. 시카고 컵스 홈페이지


새 외국인 타자를 찾고 있던 프로야구 키움에서 아주 재미있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키움은 애디슨 러셀(26)과 연봉 53만 달러(약 6억4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발표했습니다.


네, 시카고 컵스가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하며 108년 만에 메이저리그 정상을 차지했을 때 컵스 주전 유격수였던 그 러셀 맞습니다.


러셀은 이해 월드시리즈에서 팀이 클리블랜드에 2승 3패로 끌려가던 6차전 때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러셀은 이해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뽑혔고,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1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불과 4년 전까지 이렇게 잘 나갔던 선수가 한국 무대를 향할 때는 '어른들 사정'이 있었다는 뜻.


러셀은 아내(현재는 전처)를 학대한 혐의로 2018년 10월 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40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징계 당시부터 컵스에서 러셀을 방출하거나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컵스는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요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별을 선택했습니다.


기량이 제일 큰 문제였지만 안방 팬들에게도 야유를 받는 선수라면 구단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게 맞습니다.  



이에 대해 김치현 키움 단장은 "확인 결과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문자 (메시지를 통한) 폭언을 한 게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셀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스캇 보라스에게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단장은 계속해 "이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징계도 가벼웠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와 선수 노동조합은 2016년부터 가정폭력으로 체포되거나 기소 당한 선수를 징계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총 12명이 가정폭력 문제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러셀은 이 가운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징계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가정폭력 관련 징계 선수 명단
 이름  팀  징계 시작일  징계 기간
 아롤디스 채프먼  뉴욕 양키스  2016-03-01  30 경기
 호세 레이예스  콜로라도  2016-03-13  51 경기
 헥터 올리베라  애틀랜타  2016-05-26  82 경기
 쥬리스 파밀리아  뉴욕 메츠  2016-03-29  15 경기
 데릭 노리스  -  2017-09-01  잔여 시즌
 스티븐 라이트  보스턴  2018-03-23  15 경기
 호세 토레스  샌디에이고  2018-06-08  100 경기
 로베르토 오수나  토론토  2018-07-22  75 경기
 애디슨 러셀  시카고 컵스  2018-09-21  40 경기
 오두벨 에레라  필라델피아  2019-07-05  85 경기
 훌리오 유리아스  LA 다저스  2019-08-17  20 경기
 도밍고 헤르만  뉴욕 양키스  2020-01-02  81 경기


러셀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242/.312/.392를 쳤으니 강타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AAA 통산 42 경기에서는 .276/.348/.500, AA에서는 .302/.355/.529를 쳤습니다.


샌즈(33·현 한신)가 AAA에서 .267/.353/.478, AA에서 .274/.369/.508이었으니까 한국 무대에서는 타격도 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에서 잘 고른 건 맞는데 왜 하필 또 이런 선수를 찾은 거냐는 불만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오클랜드 시절 프로필 사진. 오클랜드 홈페이지


러셀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11순위로 오클랜드에서 지명을 받은 유망주 출신입니다.


2011년에는 알렉스 브레그먼(26·휴스턴) 조이 갈로(27·텍사스) 등과 함께 18세 이하 미국 대표팀에서 뛰면서 .364/.481/.614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을 준비하던 러셀은 많은 한국 팬들이 '제프 사마자'라고 쓰는 제프 서마저(35) 트레이드 때 컵스로 건너가게 됩니다.


당시 오클랜드에서는 러셀 이외에도 타자와 투수 한 명을 추가로 컵스로 보냈습니다.


그 투수가 바로 올해 롯데에서 뛰고 있는 스트레일리(3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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