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It ain't over 'till it's over.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요기 베라의 말이다. 1973년 베라가 감독으로 있던 뉴욕 메츠 팀의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한 기자가 '요기 베라의 시즌은 끝이 났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요기 베라는 이에 반박하는 의미로 선수들을 불러 모아 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빅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추격전을 펼쳐 82승 79패, 승률 .509로 아슬아슬하게 디비전 우승을 차지했고, 결국 팀을 월드시리즈에도 진출시켰다. 비록 월드 챔프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정말로 끝나지 않았다는 걸 몸소 증명한 셈이다.

올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은 바로 미네소타 트윈스다. 미네소타는 시즌 첫 30 게임을 12승 18패, 승률 .400으로 시작했다. 50 경기를 치렀을 때도 23승 27패로 5할에 4경기 뒤져 있었다. 이미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이나 지난 상태였고, 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아니,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사실 이 팀의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는 너무도 멀어보이기만 했다. 이후 36경기에서 24승 12패, 승률 .666으로 맹추격을 거듭했지만 AL 와일드카드 선두였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무려 9 경기나 뒤져 있었기 때문이다. 11연승도 소용없어 보이는 듯 했다.

          7월 12일 당시 AL 와일드카드 순위

하지만 이 팀의 고공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14경기에서 12승 2패의 거짓말 같은 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승률은 무려 .857이나 된다. 최근 3연전에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맞대결을 펼쳐 3전 전승의 스윕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거의 끝나버린 줄 알았던 AL 와일드카드 경쟁에 새로운 불을 붙이게 됐다. 이제 AL 와일드카드 선두에는 시카고 대신 뉴욕 양키스가 올라 있다. 그리고 불과 반 게임차로 시카고와 함께 뉴욕을 쫓는 모양새가 됐다. 정말 놀라운 미네소타의 대약진이다.


이런 상승세의 중심에 선 선수는 바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다. 미국 현재 컬럼리스트들은 리리아노가 처음으로 선발로 등판했던 5월 19일 이후 미네소타의 모습을 '리리아노 시대(The Liriano Era)'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5월 19일 이전까지 17승 24패(승률 .415)밖에 기록하지 못하던 팀이 42승 17패(.712)로 달라졌으니 틀린 얘기도 아니다. 리리아노 본인 역시 이 기간 동안 선발로 11승 2패, 방어율 1.58로 확실한 신데렐라의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으로 등판했을 때까지 합산한 1.93의 기록은 빅 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은 기록이다.

물론 산타나 역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이다. 던진 이닝(151)보다 삼진(158)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볼넷은 단 28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에서 리그 최정상급의 모습을 선보여준 것이다. 브래드 래드키 역시 팀의 고참 투수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담당해주고 있다. 실제로 이 세 선발 투수는 리리아노 시대의 59경기 가운데 64.4%에 해당하는 38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4승 5패, 방어율 2.52를 합작해 냈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진이라고 부르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의 대활약이었다.

선발뿐이 아니다. 이 팀의 마무리 조 네이선은 이 기간 동안 5승 무패 16세이브를 달성했다. 비록 6월 20일 휴스턴 원정 경기에서 블로운 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17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6번의 기록은 실로 대단한 성공률(94.1%)이다. 6월 20일 경기에서도 1점의 리드를 지키는 데 실패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패전투수가 되지는 않았다.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 팀이 많은 승리를 거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밖에 후안 링콘, 제시 크레인, 데니스 레이예스에 최근 AAA에서 콜업된 팻 네쉭까지 버티고 있는 불펜 또한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이라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리리아노 시대에 이 네 명의 불펜 투수는 86.6 이닝 동안 방어율 2.08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실제로 7회 이후 리드를 잡고 있을 때 이 팀이 패한 경우는 43번 가운데 단 한번밖에 없을 정도로 탄탄한 불펜 역시 확실히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내쉭의 독특한 투구 동작

이처럼 투수들의 활약이 분위기 반전에 있어 중요한 촉매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팀의 타격 역시 리리아노 시대에 접어 들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리리아노 시대에 이 팀 타자들은 타율 .297/출루율 .357/장타율 .451의 뛰어난 방망이 솜씨를 자랑했다. 경기당 평균 5.37점을 뽑아주는 훌륭한 실력이다. 이 기간 전에는 평균 4.51점이었다. 평균 득점이 1점 가까이(0.86점) 상승한 것이다.


이 중심에 서 있는 두 선수는 JJ 듀오, 조 마우어와 저스틴 모뉴다. 조 마우어는 이 기간 동안 타율.418/출루율.494/장타율.612에 6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375의 타율은 리그 1위이며, 만약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AL 최초의 포수 타격왕이 된다. 모뉴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역시 같은 기간 동안 타율 .364/출루율.399/장타율.686의 타격 라인을 선보였다. 홈런은 무려 18개나 쳤고, 54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06년대 양키스를 이끌었던 조 매리스, 미키 맨틀의 M&M 보이즈에 필적할 만한 힘이다.

닉 푼토는 .413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테이블 세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냈고, 유격수 제이슨 바틀렛 역시 .336/.415/.467의 타격 라인을 보여주며 9번 타순이 쉬어가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이 둘이 주전으로 나섬에 따라 수비가 얼마나 탄탄해졌는지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후안 카스트로와 토니 바티스타가 지키던 시절의 내야 수비는 정말 재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4번 타자 마이클 쿠다이어 역시 리리아노 시대를 11홈런 52 타점으로 축복하며 달라진 미네소타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어느 타순이든 결코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요즘의 미네소타 타선이라는 이야기다.

          7월 27일 현재 AL  와일드카드 순위

여전히 와일드카드 1위는 미네소타의 차지가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 화이트삭스가 이대로 무너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양키스 역시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팀 전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제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68승 33패, .673)을 자랑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맞붙게 됐다. 미네소타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실한 판정을 내려줄 심판대 위에 서게 된 것이다.

디트로이트와의 시리즈에선 리리아노-래드키-산타나가 차례로 마운드에 오르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10 경기에서 무려 6.2점을 뽑아낸 타선 역시 무력시위를 그만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은 디트로이트 쪽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스윕을 이뤄낸다거나 2승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분명 미네소타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스윕을 당하지 않는다고만 해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상당히 흥미로운 구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과연 미네소타의 이번 시즌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어쩌면 이제 미네소타의 '06 시즌은 막 시작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네소타가 우리에게 또 다른 기적을 선사해주길 기대해 본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