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재미있습니다.


시카고트리뷴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나란히 "is believed to be the first woman"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야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is believed to be the first woman on a coaching staff in professional baseball, not counting independent leagues"라고 썼고, 뉴욕에서는 "is believed to be the first woman hired as a full-time hitting coach by a big-league team"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 여성 이름도 레이철(Rachel)로 똑같습니다. 나이도 32로 동갑입니다. 두 선수 모두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고 현역 시절 주 포지션도 포수로 같습니다. 


단, 시카고 컵스에서 코칭스태프로 일하게 된 인물 성(姓)은 폴든(Folden)인 반면 뉴욕 양키스에서 고용한 인물은 볼코벡(Balkovec)입니다.


두 구단은 이날 나란히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리거를 지도할 여성 타격 코치를 선임했습니다.


레이철 폴든(왼쪽)과 스톤 컵스. 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폴든은 이번 시즌 루키 팀 '애니조나리그 컵스'가 자리잡고 있는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타격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타격 코치도 맡게 됩니다. 컵스는 루키 레벨에 두 팀(컵스1, 컵스2)을 운영 중인데 두 팀 모두 폴든이 타격 코치입니다.


볼코벡 역시 루키 팀 담당입니다. 양키스는 플로리다주 탬파를 중심으로 루키 레벨 세 팀 - 풀라스키 양키스, 걸프 코스트리그 양키스 이스트 & 웨스트 - 을 돌면서 타격을 지도하는 순회 인스트럭터로 일하게 됩니다.


마셜대를 졸업하고 프로 소프트볼 팀 시카고 밴디츠에서 활약한 폴든은 2009년 발라파이소대 소프트볼부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폴든은 이듬해 바이오메카닉스를 바탕으로 타격 기술을 전수하는 '폴든 패스트피치'를 세워 야구와 소프트볼 선수를 지도했습니다.


저스틴 스톤 컵스 타격 디렉터(Director of Hitting)는 "레이철이 만약 남자였으면 진작 메이저리그 코치가 됐을 것"이라면서 "레이철은 재치와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사람들 마음을 읽는데도 아주 능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어울리는데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와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컨디셔닝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레치얼 볼코벡. 레이철볼코벡닷컴


크레이튼대와 뉴멕시코대에서 소프트볼 선수로 뛴 볼코벡은 2012년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운동 요법(kinesiology)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세인트루이스 산하 루키 팀 '존슨시티 카디널스'에서 파트타임 스트렝스 앤드 컨디셔닝 코치로 일했습니다.


이때 실력을 인정받아 세인트루이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컨디셔닝 코디네이터로 일자리를 얻었고, 휴스턴으로 옮긴 다음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같은 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야구계를 떠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야구와 크리켓 선수의 시선 추적을 주제로 한번 더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 유명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휴스턴 시절 이미 볼코백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는 딜런 로슨 양키스 타격 코디네이터는 "우리가 볼코백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볼토백은 좋은 타격 코치 그리고 좋은 코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프로필을 훑어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이 '전통적인' 타격 코치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남자 선수를 지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야든지 두 다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보다 머리에 들어 있는 콘텐츠 차이가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너 야구 얼마나 (잘)해봤어?'하는 질문도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한때 프로야구 4대 타격 코치로 손꼽혔던 김무관(64) 김용달(63) 박흥식(57) 황병일(59)이 현역 시절 남긴 타격 성적은 .245/.334/.328이 전부입니다.


사실 야구는 늦었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마이너리그격인 G리그도 아니고 NBA 본무대에만 현역 여성 코치가 11명입니다.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여성이 선수 스카우트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둘 중 한 명이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가까운 미래에 메이저리그 코치를 맡는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댓글, 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