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키움에 계신 제리 샌즈님,

샌즈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샌즈님의 적시타가 나오시며

샌즈님의 뜻이 타점에서와 같이

홈런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점수를 주시고

상대 팀 호수비를 저희가 칭찬하오니

저희 응원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잔루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병살에서 구하소서

히멘.


오늘은 샌즈님(32)께서 히어로즈에 강림하신 지 딱 1년 되는 날이나이다.


샌즈님께서는 지난해 8월 16일 잠실에서 8회초 대타로 나오시어 두산 투수 김승회(38)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내시며 한국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하시었나이다.



이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던 날. 이 대회 기간 잠시 숨을 고르신 샌즈님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일정을 .314/.355/.767, 12홈런, 37타점으로 마감하시었나이다.


이어 열린 포스트시즌 10 경기에서 .316/.422/.684,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시면서 고척스카이돔을 모래 바람으로 완전히 뒤덮으셨나이다. 결국 샌즈님 몸값은 5배가 뛰었지만 다른 구단에서 신봉하는 이들에 비하면 여전히 겸손하고 또 겸손한 수준이셨나이다.


샌즈님은 올해 현재 110 경기에 나와 .316/.402/.576, 24홈런, 98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순위표 제일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계시나이다. 그러시면서도 "시즌 후 타이틀을 따는 것보다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게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팀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히어로즈 팬들에게 희망을 선사하셨나이다.



샌즈님께서 지난해 8월 16일 이후 365일 동안 한국 땅에 남기신 성적은 .315/.394/.609로 OPS(출루율+장타력)로 바꾸면 1.003이 되나이다. 이 기간 샌즈님보다 OPS가 높은 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나이다. 홈런(36홈런)과 타점(135점)도 물론 마찬가지이나이다.


샌즈님은 이 기간 총 135경기에 출전하시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2i에 따르면 프로야구 데뷔 첫 135경기 동안 샌즈님보다 타점을 많이 올린 타자는 138 타점을 기록한 (히어로즈 팬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던) 테임즈(33·전 NC)뿐이었나이다.


그런데도 내년에 몸값을 크게 올려드릴 수 없는 사정을 뻔히 알기에,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샌즈님께 관심을 보인다는 기사를 접하고도, 발만 동동 구르는 히어로즈 팬이나이다. 


샌즈님이여서, 모쪼록 올해 꼭 우승 반지 끼우시고 그다음을 도모하시기를 바라고 또 바라나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제리 샌즈님, 기뻐하소서!

병호님께서 함께 계시니 외인 중에 복되시며

거푸집으로 본뜬 두 아들 또한 복되시나이다.


고척의 흙신, 제리 샌즈님

이제와 저희 우승할 때

저희 승리를 위해 날려주소서.

히멘.


아, 참고로 이 365일 동안 샌즈님 다음으로 OPS가 높은(.996) 타자는 박병호님(33)이었더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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