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고시엔 본선 경기에 출전한 스가와라 카네노부(오른쪽).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바른 몸가짐(躾)과 예의를 중시하는 교육을 실시 중이다.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은 하나사키도쿠하루고(花咲德榮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니 이름에 겸손할 겸(謙)까지 들어간 이 학교 3학년 포수 스가와라 카네노부(菅原謙伸·18)가 제101회 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즉 올해 고시엔(甲子圓)에서 참 재미있는(?) 선택을 내린 건 어쩌면 당연하고 또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건은 11일 열린 대회 2회전에서 나왔습니다. 2년 전 이 대회 챔피언이던 하나사키도쿠하루고는 올해 두 번째 경기에서 아카시상고(明石商高)와 맞붙었습니다. 하나사키도쿠하루고는 4회초 먼저 선취점을 뽑았지만 5회말 1-2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6회에도 한 점씩 주고 받으면서 2-3으로 1점 뒤진 채 7회초 공격을 맞이했습니다.


하나사키도쿠하루고는 7회 공격을 시작하면서 선발 투수 나카츠하라 슌타(中津原隼太·18) 대신 외야수 요시쿠라 히데토시(吉倉英俊·18)를 대타로 내보냈습니다. 결과는 우익수 뜬공. 다음 타자가 바로 우리 주인공 스가와라였습니다.


제99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2017년) 우승 당시 하나사키도쿠하루고 야구부. 아사히신문 제공.


하나사키도쿠하루고는 2년 전 우승 때 모든 경기에서 9점 이상을 뽑을 만큼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는 팀이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고 구멍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니칸(日刊)스포츠는 "타율 4할 전후가 당연한 팀에서 스가와라 혼자만 타율이 떨어진다"고 평했습니다.


타율만 떨어졌던 게 아닙니다. 스가와라는 평생 공식 경기에서 홈런을 단 한 번도 친 적이 없습니다. 스가와라는 같은 신문 인터뷰에서 "어쩌다 연습 경기 때 홈런을 하나 치면 며칠 동안 '기적이 일어났다'는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런 타자는 살아서 1루 베이스를 밟아주는 것만 해도 자기 몫을 다하는 것. 그런데 스가와라는 이 타석에서 재미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카시상고 선발 투수 나카모리 슌스케(中森俊介·17)가 던진 두 번째 공(변화구)에 왼쪽 어깨를 맞았는데도 계속 타석에 서겠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스포니치는 구심은 몸에 맞는 공을 선언하려 했지만 스가와라가 "몸을 앞으로 구부렸으니 이건 제 잘못입니다"하고 이야기하면서 1루행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스가와라는 상대 투수에게도 '내 잘못으로 공에 맞았다'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1루에 나갈 수 있는 건 야구 규칙 5.05(b)(2)가 '타자가 치려고 하지 않은 투구에 닿았을 경우 아웃될 염려 없이 안전하게 1루에 나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규정 (B)는 '타자가 투구를 피하지 않고 그 투구에 닿았을 경우'에는 공 위치에 따라 스트라이크 또는 볼만 선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공이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 2볼이 됐고 나카모리는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어왔습니다. 스가와라는 힘차게 방망이ㅏ를 휘둘렀고 공은 왼쪽 담장 바깥에 떨어졌습니다.



스가와라는 경기 후 "신(神)이 나 대신 때린 것 같았다"고 웃으면서 "우리는 이 성지(聖地)에 5년 연속으로 사이타마현(埼玉)현 대표로 나왔다. 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 하나사키도쿠하루고가 출전해 참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고교생이라면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홈런으로 3-3 동점이 됐지만 아카시상고가 7회말 곧바로 1점을 따내면서 하나사키도쿠하루고는 결국 3-4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 마지막 타자 역시 스가와라였습니다. 2학년 후배 이노우에 도토야(井上朋也·17)가 타석에 들어서는 그에게 다가와 "이런 곳에서 지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우익수 뜬공. 그걸로 경기는 끝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과 함께 아쉬운 눈물을 삼키던 스가와라는 "앞으로 사는 동안 영원히 잊지 못할 경기를 했다. 후배들이 내년에 다시 이곳에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말로 고교 야구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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