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트 도중 팔목을 다치면서 1회전 기권패로 2019 윔블던을 마감한 마리야 샤라포바. 테니스닷컴
4년 만에 윔블던 테니스 대회 승리를 노리던 마리야 샤라포바(32·러시아·세계랭킹 80위·사진)가 왼쪽 팔목 부상으로 1회전 경기 도중 기권했습니다.
샤라포바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경기에서 폴린 파르망티에(33·프랑스·88위)와 맞붙어 게임 스코어 0-5로 끌려가던 3세트 여섯 번째 게임을 앞두고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4-6으로 첫 세트를 내준 샤라포바는 7-6으로 2세트를 따냈지만 결국 2세트 도중 찾아온 팔목 통증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준결승에 진출한 2015년 이후 윔블던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샤라포바는 이 대회 47번째 승리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2004년 이 대회 챔피언 출신인 샤라포바는 윔블던에서 46승 13패(승률 .78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테니스 경기 도중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문제는 샤라포바가 기권을 선언하자 파르망티에가 네트 앞에서 춤을 췄다는 겁니다.
마리야 샤라포바가 기권을 선언하자 춤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폴린 파르망티에. 유로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파르망티에로서는 기쁠 만도 했습니다. 윔블던에서 2회전에 진출한 게 2011년 이후 8년 만이었기 때문. 그렇다고 해도 굳이 코트 위에서 곧바로 기쁨을 표현하는 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테니스에서는 상대 선수가 기권했을 때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쾌유를 기원하면서 위로하는 게 기본 매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샤라포바 역시 올해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선전(深川) 오픈 8강전에서 상대 선수였던 왕신위(18·중국·230위)가 3세트 도중 기권하자 자리로 다가가 위로를 건넸습니다.
마리야 샤라포바(왼쪽)가 맞대결 도중 기권한 왕신위에게 수건을 건네는 모습. 여자프로테니스(WTA) 홈페이지
이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나 왕신위 모두 이런 식으로 승부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왕신위가 훨씬 유리한 분위기였다. 왕신위는 훌륭한 테니스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자질을 갖췄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끝내게 돼 정말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2019 윔블던 1회전에서 마리야 샤라포바에 기권승을 거둔 폴린 파르망티에. 여자프로테니스(WTA) 홈페이지
반면 파르망티에는 스포츠맨십을 어긴 건 오히려 샤라포바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파르망티에는 프랑스 스포츠 신문 레키프 인터뷰에서 "(마지막 세트 게임 스코어) 0-5에서 기권을 했다는 건 승부를 (정상적으로) 끝낼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샤라포바는 기권을 선택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도 더 기뻐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파르망티에 이야기가 아주 잘못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태도 차이가 사람들이 샤라포바는 샤라포바로 기억해도, 파르망티에는 파르망티에가 아니라 샤라포바가 기권했을 때 춤춘 선수로 기억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라커룸 안을 클럽으로 만든다고 누가 뭐라 할까요?